나 슬픈 것은
네가 없는데도
밤 오면 잠들어야 하고
끼니 오면
입안 가득 밥을 떠 넣는 일이다.
- 문정희, <이별 이후> 중에서 -
친정아버지 제사가 있어서 친정에 다녀왔다.
집집마다 제사 지내는 풍경이 다르다.
다른 집은 알지 못한다.
가까이 시댁과 친정만 봐도 확연히 다르다.
집안에 내려오는 제례문화가 각기 다르고, 대부분 그 문화를 따른다.
또 총지휘하는 주관자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작년 여름에 시어머니 제사를 지냈다.
어린 나이일 때는 시키는 일만 하면 되었는데, 직접 주관을 하게 되니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장남인 남편의 주도로 치러진 첫제사였다.
어머니께 배운 대로 당신이 주관했던 분위기와 똑같다.
매우 경건하고 엄숙하게 진행한다.
말을 아끼는 분위기고 웃음기도 없다.
제사는 짧은 시간에 진행되고 보통 10분 이내로 끝이 난다.
반면, 친정아버지 제사는 많이 다르다.
상을 차려놓고 끝내기까지 1시간은 걸린다.
상 차리고 술 올리며 제사가 시작된다.
적당한 시간차를 두고 술을 바꿔서 올린다.
상위에 올렸던 술은 가족끼리 나눠 마시면서 이야기 꽃을 피운다.
어린 조카들이 많아 웃을 일도 많다.
친정엄마는 제사를 가족끼리 함께 밥 먹는 자리로 여기는 것 같다.
다만 평소보다 조심스럽고 가볍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신다.
아버지께 가족의 화목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 것 같다.
혼자 다른 세상에 계셔도
‘당신 자식들이 이렇게 잘 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편히 쉬시오’
하는 의도가 읽힌다.
시댁은 옛 풍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고, 친정은 현대식으로 변화하는 제사를 보는 것 같다.
무슨 차이일까 한참을 고민했다.
나이가 한몫하는 게 아닐까 싶다.
평균을 따져보니 친정 식구가 10년이 더 젊다.
형식을 잘 알지도 못하거니와 ‘이러해야 한다’ ‘저러해야 한다’ 사공이 많지도 않다.
시대가 변하면서 제사 지내고 차례 지내는 문화가 점점 희미해진다.
명절에 긴 휴가라도 생기면 차례 대신 여행을 선택하는 이도 늘고 있다.
이런 문화를 한탄하는 사람이 있고, 21세기에 변해야 하는 자연스러움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구시대적인 불필요한 의식을 치를 필요는 없겠지만,
일 년에 한두 번 가족 간에 모일 이유를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