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네 살부터 동네 유치원을 다녔다.
출, 퇴근하는 나 대신 시어머니가 등원, 하원을 시켜주셨다.
그러던 시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하게도 일주일 미만의 짧은 기간이었다.
시간 개념이 철저하셨던 어머니는 아침에 일찍 데려다주고, 하원 때도 서둘러 데려오고 했던 모양이었다.
그 사정을 잘 몰랐었다.
아침엔 남편이 등원시키고 회사 출근한다. 하원은 내가 맡았다.
퇴근시간이 들쭉날쭉 불규칙해서 시간을 못 맞출까 봐 불안했다.
하원의 책임을 맡은 기간만큼은 칼 퇴근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찾으러 가는 시간에 지각한 적이 있다.
첫날이었는지, 둘째 날이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10분 이내로 늦었다.
유치원에 도착하니 아들이 울면서 기다리고 있다.
할머니의 부재를 알긴 할 텐데, 엄마가 안 올 거라고 생각했을까?
우는 아들을 달래며 ‘내일은 꼭 약속시간에 도착 하마’ 신신당부를 한다.
손가락 걸고 약속하고 지장 찍고 한바탕 소란을 떤다.
아들도 알겠다고 동의하며 고개까지 끄덕인다.
약속을 하고 그다음 날, 제시간에 여유 있게 도착하고 있었다.
“선생님, 저 5분 후면 도착합니다. ^^”
친절하게 선생님께 전화까지 드렸다.
기쁜 얼굴로 맞이할 아들을 기대하며 유치원에 들어섰으나 또 울고 있다. OTL
“오늘은 약속 지켰는데, 왜 울어?” 몹시 억울했다.
“주연아, 엄마 오늘 안 늦었어. 시간 봐봐” 눈물을 닦아주고 달래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
아들은 대답 대신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린다. 마음이 찢어진다. 왜 그럴까?
‘제일 꼴찌로 하원 해서 외로웠나?’
‘내 도착 전화가 늦을 거라는 연락으로 오해했나?’
‘버림받은 느낌에 슬펐나?’
‘이 동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애들을 일찍 데려간담.’
애꿎은 사람에게 짜증을 내보기도 한다.
할머니의 존재감이 피부로 와 닿는다.
그동안에 있었던 매일의 사소한 고마움을 이렇게 찐하게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