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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Apr 05. 2017

39 그림에 재능이 있나?

어렸을 때 엄마와 함께 그림 그리며 놀았던 기억 때문일까?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까지 미술학원에 열심히 다녔다. 

미술 학원쌤으로부터 칭찬도 여러 번 들었다. 

미술 실력이 꽤 있어 보였는데, 4학년에 올라가더니 시큰둥해졌다. 

학원도 자꾸 빼먹고 재미없어하길래 아들과 협의하에 학원을 끊었다.



미술학원에서 수업시간에 그려낸 작품들이다. 

집에서나 미술대회에 나가서는 저런 퀄리티(!)가 나오지 않는 걸로 봐서 선생님의 코치가 들어간 것 같다. 

학원은 아이의 엄마가 고객이다. 

아이의 성장과정을 주기적으로 보여줘야 하고 이런 근사한 작품으로 결과를 증명해 주려고 한다. 

그래야 학원을 계속 다니게 해줄 테니까. 


학원을 끊자마자 아들은 서서히 미술과 멀어졌다. 

이별의 후유증은 없어 보였다. 

후련하고 홀가분해 보이기까지 했다. 

미술과 멀어진 것뿐 아니라 '미술에 대한 자신감'과도 별거를 시작했다. 


나는 어릴 적에 피아노를 배우고 싶었다. 

손가락이 유난히 길어 '피아노 잘 치게 생겼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기 때문이다. 

형제가 많다 보니 학원은커녕 학교만 겨우 다녔다. 

피아노 학원은 물론, 돈 들어가는 것은 모두 차단되었다. 


학원을 다니고 싶은데 못 다니는 욕구불만은 

나중에 '아이가 생기면 원하는 학원은 모두 보내주리라'는 결심으로 굳어졌고, 

아이가 원하는 미술학원, 피아노 학원을 모두 지원했다. 

아이가 하고 싶어 하면 두 말없이 들어줬다. 

내 아이에게는 '결핍'이나 '한'이 될만한 것들은 경험시켜주고 싶지 않았다. 


반면에, 아이가 원하지 않으면 강요하지도 않았다. 

물가에 억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아이가 목이 마르지 않으면 억지로 끌려 가도 물을 마시지는 않는다. 

억지로 끌고 가는 수고도 하고 싶지 않고, 강요하고 싶지도 않았다. 

강제로 시키면 효과도 없다. 서로 시간낭비만 될 뿐이다.

돈은 돈대로 낭비하고 아이에게 신용은 잃고, 듣기 싫은 잔소리하는 캐릭터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철칙은 계속 이어져 갔고, 아이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서 결정했다. 


10살까지의 그림 실력은 훌륭했다. 

17살인 지금은 '졸라맨' 수준으로 그린다. 

그림실력도 퇴화를 하는지, 맘 잡고 그리질 않아서인지는 모르겠다. 

과거 사진으로만 그림실력이 증명될 뿐이다. 

지금은 아들도 나도 미술에는 미련 없다. 

나중에 미술에 관심이 생기면 다시 시작하면 될 일이다. 

기본은 갖춰졌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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