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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Apr 27. 2017

46 수학 공부 방법 (2/2)

구구단을 떼면 수학은 더 쉬워진다.

어린이집에서는 또래의 아이보다 조금만 앞서 나가도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한 문제들을 다룬다.

아들은 어린이집에서 푸는 수학을 좀 시시해했었다.

그래서 집 근처 수학학원을 알아봤다. 


수학학원을 결정하는 기준은 딱 한 가지였다.

아이 스스로 풀 수 있도록 수업이 진행되는지 하는 거였다.

어떤 학원에서는 문제를 푸는 요령을 알려준다.

자격증을 따기 위해 다니는 학원에서 정답을 찾는 요령과 패턴을 알려주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학원에 길들여지면 문제를 풀려고 고민하지 않는다.

자신이 풀어본 문제인데도, 조금만 비틀어 놓으면 새로운 문제로 인식한다. 


새로운 패턴의 문제가 나오면 ‘선생님,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요?’ 하며 선생님만 쳐다본다.

수학은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어떻게 풀지 스스로 고민해야 한다.

고민 과정에서 어떤 공식을 대입하면 쉽게 풀리는지 감이 잡힌다.

다양한 문제를 풀며 몸으로 체득하고 습관이 잡히는 과정이다.

문제 푸는 요령을 알려주는 학원만 아니면 되겠다 생각했다. 


수학학원은 공부방에 가까웠다.

초등학교 1학년 문제집부터 풀었다.

그 학원이 좋았던 점은 아이가 스스로 풀 수 있게 시간을 줬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개념을 설명해주고, 혼자 풀어오라고 시간을 준다.

1차 채점을 하고 틀린 문제는 다시 한번 풀어보라고 돌려보낸다.

다시 풀어서 채점을 하면 풀리는 문제도 있고 그렇지 않은 문제도 있다.

두 번까지 기회를 주고도 틀린 문제는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같이 푼다.

그런 학습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수학학원은 매일 1시간씩 주 5일을 다녔다.

하루에 한 시간씩 꾸준히 문제를 풀었고, 다 푼 문제지가 쌓여갔다.

어느 순간 초등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의 문제집까지 풀고 있었다.


아들이나 우리 부부나 다 푼 문제집이 쌓일수록 뿌듯함이 늘었다. 

아들의 자신감과 자존감도 높아갔다.

거기서 흥미와 재미가 더 붙었던 것 같다.

아들은 수학을 좋아하고 재미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할 정도였고, 학원 선생님도 칭찬을 많이 하셨다.

이해력이 좋고, 똘똘하다고 가르치는 맛이 있단다.


얼떨결에 초등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3년 선행을 한 셈이었다.

한 권 한 권 문제집을 푼 것이 그런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3년 선행의 양적인 결과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이해했는지 질적인 문제가 갸우뚱 해졌다.

아들의 관심을 높이고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학원 선생님이 그저 문제집 레벨만 높인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수학에 대한 객관적인 수준 파악이 필요했다.


- 깊이 없이 무작정 선행만 시키는 게 옳은 걸까? 

- 아들이 수학을 진짜 잘하는 게 맞나?


그래서 좀 알아보니 경시대회, 올림피아드 같은 전국대회가 있단다.

올림피아드는 수준이 매우 높아 보였고, ‘수학경시대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들과 의논해서 첫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고, 첫 도전인데 ‘은상’을 받아왔다. 


“별로 안 어려운가?” 


처음엔 의심했고, 믿기 힘들었다.

100점 만점에 68점을 받았는데 은상이란다.

그제야 시험문제가 어려웠구나 싶었다.

전국 각지에서 900명이 넘는 학생이 응시했다.

전국 석차가 7등, 경기지역에서는 2등이란다. 


“오호~ 아들이 수학을 좀 하네?”


우리 부부도 놀랐다. 

칭찬을 해줬더니 아들 어깨가 으쓱해진다.

자신도 기대를 안 했는데, 상을 준다고 하니 무척 좋아했다.


그때부터 일 년에 두 차례씩 ‘성대경시대회’에는 꼭 나갔다.

연중행사가 되었다.

점수가 들쭉날쭉 하기는 했지만, 매번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장려상’ 이상은 받아왔다.

다 푼 문제집에 이어 경시대회 상장도 하나씩 늘어갔다.

기특했다.

이제 수학이 자기 인생에서 친한 과목이 되었다고 느꼈을 것이다. 


어떤 것을 좋아하면 잘하게 된다.

잘하게 되면 더 재미있어진다.

좋아하는 것이니 관심이 많고 새로운 걸 받아들이거나 기억하는 일에 더 적극적이 된다.

무엇이 되었든 좋아하는 것을 뛰어넘어 즐기게 되면 게임 끝이다.


옆에서 보기에 아들이 수학을 즐기는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으로 꼽는다. 

‘좋아하고 – 잘하고 – 더 좋아지고 – 더 잘하게 되는’ 고리가 만들어진다. 


악순환이 아니라 선순환이다.

선순환 고리에 올라타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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