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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May 11. 2017

50 고속과 과속의 차이

비가 온 뒤라 나무들의 초록이 더 진해졌다. 잎사귀도 풍성해지고 앙상함을 벗어나 토실해졌다.  아침, 저녁으로 느껴지는 바람이 눈에 띄게 부드럽고 따뜻하다. 한 낮엔 반팔이 떠오른다. 해가 길어진 것도 변한 계절을 느끼는 징조다. 


오늘은 다섯 살 아들의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다섯 살이 막 되었던 이맘때쯤 아들은 어린이집을 몇 달째 쉬고 있었다. 겨울이라 감기가 안 떨어지고 나았다 싶으면 다른 아이들한테 옮아서 다시 콜록대고 훌쩍이곤 했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는 두어 달씩 쉬곤 했다. 종일 집에 있으면 어머니가 고생이다. 어머니의 고생과 하루 종일 심심해할 주연이가 좀 걱정이다.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아들은 ‘고속’과 ‘과속’의 차이를 궁금해했다. 같은 뜻이냐고 묻는다. 순간 당황했다. 둘 다 한자어라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얼핏 떠오르는 이미지와 느낌으로 뒤죽박죽 설명해준다. 

- 과속차량, 고속차량, 고속버스, 고속철도

- 속도가 과하다. 고속으로 달린다. 과속으로 주행 중이다. 

자전거와 오토바이, 고속철도와 과속차량 등을 예로 들면서 설명해줬다. 모두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인 반응이다. 궁금증이 풀린 모양이다. 휴~~! 


전화를 끊고 생각하니 설명을 잘한 게 맞나 헷갈린다. 생각을 깊게 할수록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고속은 빨리 달리는 것인데, 과속도 속도가 빠르다. 사전을 뒤져본다.


- 과속(過速) : 자동차 따위가 주행 속도를 제한 속도보다 지나치게 빠르게 함

- 고속(高速) : 매우 빠른 속도


빠르기로는 둘 다 맞는데, 과속은 주행 속도를 넘겼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고속은 주행속도의 관점보다는 그냥 속도를 기준으로 삼는다. 상황에 따라 쓰임이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이다. 


부모 되기가 쉽지 않다는 걸 또 느낀다. 국어사전 옆구리에 끼고 공부해야겠다. 언제, 어느 때, 어떤 질문 앞에서도 체면 유지를 하려면. 지금은 단어 수준이지만 해가 갈수록 질문이 점점 더 어려워지겠지? 


주연이보다 몇 살 많은 아들을 가진 회사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이제는 양적이 아니라 질적인 어떤 것을 해줘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그 당시 그 선배 아들이 다섯 살! 딱 주연이다. 그 말이 이제야 이해된다.


하지만, 내 육아원칙은 변함이 없다. ‘친구 같은 엄마’. 한 번이라도 더 아이와 눈 마주치며 대화하고, 한번 더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 어떤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게 아닐까 한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사전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함께 찾아봐야겠다. 함께 알아가며 엄마도 배우고 아이도 이해하고, 서로 같은 페이지를 읽으며 먼저 이해한 사람이 설명해 주는 상상을 해본다. 아들이 먼저 이해해서 설명해 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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