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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May 13. 2017

51 엄마의 꿈을 짓밟을 생각은 없는데

아들이 어렸을 때는 시간이 더딘 듯하면서도 한 달이, 일 년이 훌쩍 가 있다. 

아이의 키가 커질수록 뿌듯함도 크지만 상대적으로 느껴지는 내 나이는, 낯설다.

시간은 갈수록 빠르고, 지난 시간은 되돌릴 수 없음에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다.

이렇게 내 젊은 날이 지나고 있다. 

아들이 아홉 살 때 일화다. 내 인생에 꿈들 중에 하나를 주연이에게 들려줬다.


(나) 주연아! 엄마 꿈이 하나 있다.

(주연) 뭔데 엄마?

(나) 전국을 걸어서 완주하는 거지. 도보로, 우리나라를.

(주연) 왜?

(나) 그냥~ 걷는 게 좋아서. 한번 해보고 싶었어, 오래전부터.

    엄마가 길치잖아. 한번 걸었던 길은 안 까먹더라고. 그런 것도 있고.

(주연)......

(주연) 엄마!  근데 말이야. 내가 엄마의 꿈을 짓밟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말이야!  

      그거 하지 마!  확률이 반반이고, 힘들어!


속으로 넘 재미있었다. 꿈을 짓밟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표현도 재미있었고, 조심스럽게 엄마 마음 다치지 않게 하려는 배려도 예뻤다. 확률은 성공확률을 말하는 걸까? 완주에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이 반반이라는 통계는 어디에서 습득한 걸까? 


(나) 알아. 힘들겠지. 너무 많이 걸어서 발에 물집 잡히고, 피나고 아프고 무지 고통스러울 거야.

    그래도 해보고 싶은걸.

(주연) 엄마!  나는 엄마가 걱정돼서 그래!

       하지 마~! 대신에 내가 돈 많이 벌어서 세계일주 시켜줄게.  응?

       그러니까 그 꿈 포기해!  알겠지 엄마! (대답을 종용하듯 눈을 마주쳐온다)


마음속에 꿈을 간직하고서는 까먹지 않게 자주 들춰보고 점검해야 한다. 제일 크게는 간절히 원해야 하고, 꿈을 이루려는 과정에 꾸준히 노력도 해야 한다. 꿈을 이루기까지 시간 투자도 동반되어야 한다. 이런 여러 조건들이 모두 만족해야 이룰 수 있다. 또 그래야만 성취감과 만족감도, 해냈다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는 거다.

그런 인내와 노력 없이 꿈이란 걸 이뤘다고는 할 수 없지.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연습해서 완주를 못한다 하더라도 절반, 아니 십 분의 1이라도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주연아!

세계일주는 금액적으로 많은 부담이 될 텐데 괜찮겠니?

역시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홉 살이라 가능한 공약이겠지?

이런 행복이 자식을 키우는 보람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성인이 되었을 때 아들에게 증거로 내밀 육아일기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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