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다. 평일의 어느 날 회사에 있는데 남편한테 전화가 왔다.
나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하고, 1시간 일찍 집에 온다. 퇴근해서는 아들이랑 같이 씻고 밥도 같이 먹는 참 고마운 남편이다.
(남편) "주연이 오늘 부회장 됐대~얘기 들었어?"
(나) "아니! 못 들었는데, 부회장 됐대? 부반장? 부회장?"
(남편) "부회장이래. 요즘은 바뀌었나 봐"
(나) "그래? 반은 반장, 부반장이고, 학년이 회장, 부회장 아닌가?"
(남편) "몰라. 아무튼. 주연이랑 통화해봐!"
(나) "뭐야. 근데, 주연인 나한테 왜 전화 안 해?"
(남편) "글쎄다. 아빠가 더 좋은가 보네. 헤헤"
아들한테 억울하고 좀 서운했다. 평소에 대화를 많이 해도 나랑 더 많이 하고, 놀아주기도 엄마가 훨씬 더 많이 놀아주는데, 어쩜 이럴 수 있지? 배신감이 느껴질라 한다. 남편이 전화해놓고 거짓말하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흠,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다.
(나) "주연! 부회장 됬다며? 진짜야?"
(주연) "어! 부회장 됐어"
(나) "우와~ 잘 됐네. 잘 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얘기 좀 해봐~!"
(주연) "어. 회장은 한 명이고, 부회장은 남자 한 명, 여자 한 명이야"
(나) "아~! 그래?" "반장 아니 회장, 부회장은 어떻게 뽑는 거야? 어떤 기준으로?"
(주연) "딴 사람을 추천하거나 자기가 하고 싶으면 손 들면 돼! 투표해서 표를 제일 많이 받은 사람 순으로 회장, 부회장 되는 거지!""근데, 현ㅇㅇ 있잖아! 좀 치사해!"
(나) "왜? 현ㅇㅇ이 누군데?”“참 회장은 누구야?"
(주연) "어. 반장은 현ㅇㅇ이고, 남자 부반장은 나, 여자부 반장은 황ㅇㅇ 야."
"근데 있지. 현ㅇㅇ 하고 나하고 딱 한 표 차이거든! 나는 투표 종이에 현ㅇㅇ 썼거든,
내 이름 쓰면 좀 그렇잖아! 근데 현ㅇㅇ 이는 자기 이름 썼대. 내 이름 썼으면 내가 회장인데. 좀 치사하지?"
(나) "헐~쫌 그르네! 암튼. 아들. 잘했어"
뽑힌 애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손을 들었다고 한다. 추천은 없고 모두 자기가 하겠다고 했단다. 요즘은 그런 분위기인가 보다. 5명인가 후보가 나와서 그중 투표로 3명을 뽑았다고 한다. 아들이 하겠다고 손을 들 줄은 몰랐다. 관심 없는 줄 알았는데 의외다. 암튼 후보에 오른 것도 오른 거지만, 표를 못 받으면 꽝인데 적잖은 표를 받아 2등이 되었다고 하니 기분 좋은 일이다.
나 때는 성적순으로 후보가 정해지고 투표를 했었다. 투표하면서 칠판에 ‘正’ 자로 표시하며 당락을 함께 확인했었다. 성적순보다는 지금이 낫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