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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May 07. 2017

49 질문하는 엄마

사람은 잔소리를 싫어한다.

날 위해 하는 소리인지는 알겠는데, 내가 뭔가를 바꾸길 원하기 때문이다. 행동하도록 유도하고, 귀찮은 일이 생기기 때문에 두 귀 막고 안 듣고 싶다. 못 들은 척 하기도 대충 흘려듣는 척하기도 하며 때로 짜증을 부리기도 한다.


아이도 똑같다. 작은 사람도 잔소리하고 뭔가 요구하면 귀찮아한다. 매일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어른도 입 아프다. 아이에겐 잔소리를 하지 말자, 싫은 소리, 안 된다는 부정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말자 진작부터 마음먹었었다.


가능한 한 잔소리를 줄이고, 꼭 필요하면 부드럽게 아이의 행동을 유도하려고 노력했다.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이해시키려 했다. 지금 해야 하는 이유를 좋은 말로 설득하려고 했다.

물론 매번 성공하진 못했다.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서 폭발하기도 했고, 몸이 피곤할 때는 이성이 아니라 본성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 횟수는 줄이려고 노력했다. 아이가 하나여서 가능했던 것도 있다. 자식이 하나와 둘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다고 한다.


어떤 선택 상황에 놓였을 때는 아이에게 결정권을 줬다. 내가 결정을 잘 못하는 우유부단함이 있기 때문에 아이는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고,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 주고 싶었다. 그런 결심은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고, 말을 알아들은 때부터 시작되었다. 사소한 것부터 매번 물어보기 시작하니 아이는 자기 생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엄마가 물어볼걸 아니까 대답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 훈련을 하다 보니 자기 의견이 생기고, 그 의견을 정하기까지 나름대로 논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처음엔 올바른(!) 결정을 하지 못했지만, 훈련 효과는 계속 나아지고 있었다.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 중에 어떤 걸 결정해야 할 때 “엄마한테 물어볼게요” 하는 친구를 봤다. 바로 그 자리에서 전화하는 친구도 봤고, 엄마가 사소한 것까지 결정해 주는 것이 어렸을 때는 괜찮을지 모른다. 하지만 키가 훌쩍 커서도 계속 부모에게 의존해야 한다면 문제가 있다. 학부모 설명회에서도 그런 친구들이 더러 있으니 개선해야 한다는 꼬집음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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