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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May 17. 2017

54 시험공부 계획 짜기

2009년, 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 


얼마 전에 마트에서 아들과 함께 쇼핑했다. 화이트보드와 펜, 지우개를 사 왔다.

아들 방 한편에 화이트보드를 부착해놨다.  콘크리트 벽이라 못이 잘 안 들어가는 걸 몇 번의 실패 끝에 겨우 걸어놨다. 


게시판이 생겨 처음엔 낙서하고 그림 그리고, 썼다 지웠다 하며 놀았다. 좀 지나서는 지시사항(?)을 적어서 활용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은 짧은 메시지를 출근하면서 적어놓는다. 
                    

* 4/23일 주연이의 Mission

   1. 학교 잘~ 다녀오기

   2. 피아노 학원 가기

   3. 밥 맛있게 먹기

   4. 재밌게 놀기 


숙제와 숙제 아닌 것을 적절히 섞어서 기록한다. 아들이 보고 코멘트를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예 쳐다도 안 본 것 같다. ㅜ


그러다 게시판을 제대로 활용했다. 

초등학교 2학년, 마지막 기말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던 어느 날이다. 

스스로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여 옆구리를 찌르기로 한다. 


아들을 움직이기 위해선 조곤조곤 설명해서 이해시켜야 한다. 스스로 공부하도록 동기부여시켜줘야 한다. 


(나) 주연아! 시험 인제 얼마나 남았지?

(주연) 시간 쫌 남았을걸요~

(나) 며칠이야? 시험 범위는 다 정해졌어? 

(주연)... (귀찮은 표정이다)

(나) 시험 범위랑 일일 계획표 짜 보는 건 어때? 한꺼번에 다 하려면 시간이 없어. 

      엄마도 학교 다닐 때 벼락치기 많이 해봤는데, 매번 후회했어. 좀 더 일찍 공부 시작할걸 하면서. 

      하루에 조금씩 풀면 부담도 없고 괜찮을 거 같은데. 어때?


살살 꼬드긴다. 아직은 엄마 말이 먹히는 나이다. 순진하고 자아가 생성될락 말락 하는 초등 2학년이다. 

첨부한 사진 파란색과 빨간색은 엄마가 썼다. D-11부터 공부를 시작하기로 합의하고 계획을 짠다. 

파란색으로 날짜만 쭉~ 써놨다. 그 옆에 빈칸을 아들이 어떤 과목을 얼마만큼 공부할지 적어야 한다. 

검은색이 아들이 채워 넣은 내용이다. 그리 힘든 일정은 아닌 것 같다. 

시험공부를 하게 하려는 목적이니 분량이나 시간은 아들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아들에게 맡겨야 한다. 

너무 엉뚱하거나 좀 헤매는 것 같으면 엄마가 도와준다. 


시험 범위를 계산하고 일별로 조금씩 나누면서 계획을 세운다. 칠판에 옮기면서 의욕이 불끈불끈 솟는 모양이다. 

의욕충만, 동기부여 완료, 옆구리 찔러 계획 수립도 완료!


공부시간이 1시간인지, 3시간인지 기억이 안 난다. 

아마 의욕적으로 3시간을 잡아놨지만 제대로 지키지는 않았을 것 같다. 

하지만 스스로 세운 계획이라 3~4일은 잘 지켰다. 그 뒤로는 시험이 코앞이니 아마 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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