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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May 30. 2017

65 벼락치기 프로젝트

2014. 5. 23


중학교 1학년, 학교에서 치른 첫 번째 시험 결과가 나왔다. 


초등학교에선 좋은 성적을 내던 아이들도 중학교로 올라가서 첫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아보면 대부분의 부모들이 ‘멘붕’을 경험한다고 한다. 주연이도 이 case 에 걸릴 것만 같아 긴장했다. 시험기간과 시험 범위는 진작에 공지되었던데, 좀처럼 공부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내가 안 볼 때 하는 건가? 


이제 정말 며칠 안 남았다. 코너에 몰리자, 그제야 움직임이 포착된다. 3 총사가 함께 움직인다. 남자아이 세 명이 요즘 내내 붙어 다녀요. 같은 반, 같은 동네라 유독 더 친해졌나 봐요. 저희 부부는 이 아이들을 ‘3 총사’라고 불러요. 
 

D-day를 며칠 앞둔 마지막 주말에 거창한 계획을 세운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공부하기. 도시락에 대한 계획도 세우고 작은 머리 셋이 모여 고민하고 결정한다. 어떤 과목을 먼저 공부할지, 어떤 식으로 시간을 배분해서 공부할지에 대해 의논하는 것 같았어요. 
 

* 기간 :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 장소 : 중앙도서관 

* 준비물   

  - 태ㅇ : 태ㅇ 어머니표 삼각 김밥 (2~3인분) <-- 맛있다고 칭찬이 자자함 

  - 주연 : 컵라면   

  - 세ㅇ : 음료수, 물


많이 기특했어요. 엄마 미소가 자연스럽게 지어졌고요. 주요 아이디어는 아들 머리에서 나왔어요. 도서관 가서 공부하자는 기획과 준비물 배정, 공부할 방법도 대충 가이드를 해준다. 이럴 때 보면 리더십이 충만해 보이네요. 


제가 평소에 갖고 있는 생각은, 이 세상은 아들 혼자만 사는 게 아니에요. 잘 먹고, 잘 살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행복하려면, 아들 혼자만 누리면 안 돼요. 이왕이면 친구도 그 범주에 들어와서 함께 잘 먹고, 잘 살고, 공부도 행복지수도 같이 높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런 의미를 아들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한 적은 없는데, 이미 실천하는 듯 보여서 더 좋았어요. 제 마음을 알고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 같아서요. 


벼락치기의 성공인지, 평소 수업태도가 좋았는지 성적표가 나쁜 결과는 아니다. ‘등수’로 이해하는 우리는 궁금했다. 몇 등을 한 건지. 아쉽게도 성적표에 등수는 표기가 되어있지 않다. 그렇다고 선생님에게 물어보자니 망설여진다. 성적표에는 등수를 빼고 ‘원점수’니 ‘표준편차’니 하는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이 보였다. 이젠 이렇게 변한 성적표에 익숙해져야겠지?


머지않은 시간에 궁금증이 풀렸다. 담임 선생님이 아들에게만 조용히 알려줬다고 한다. 공개적으로 떠들썩하게 알려주지 않은 배려도 감사했다. 


“네가 우리 반 1등이다!” 


기쁘다. 내가 1등 한 것보다 더 기분이 좋다. 이 성적을 유지, 발전해야 할 텐데…… 담임 선생님과 학기초 상담을 통해 알게 된 추가 정보가 하나 더 있다. 중학교 반 배치고사 때 주연이가 3반 1등으로 들어왔고, 전교에서는 6등이란다. 출발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반면, 마음 한 켠에는 수원 깡촌(?)에서 일등이어도 강남이나 목동에 있는 아이들과 겨뤘을 때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 내로라하는 학교에서의 아들의 수준은 어디쯤 위치할까? 

잠시 궁금해졌지만, 그런 생각은 미뤄두고 오늘의 행복에 충실하고 기쁨을 한껏 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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