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제이 Jun 02. 2017

68 두발자전거 도전

                                                                                      

2007년 9월 29일 토요일, 아들은 7살이다. 


아들 또래의 아이들이 두발을 거침없이 타기에 네발자전거 주연이도 보조바퀴 떼어내고 두발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자신보다 어린애들이 두발을 타는 게 부럽기도 하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나 보다. 두발을 타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했었다. 널찍한 학교 운동장이 연습무대다. 아빠와 엄마가 뒤에서 잡아주며 연습을 시킨다. 요령만 몸에 익히면 금방 떼지 않을까 싶다. 한 번, 두 번 굴러가는가 싶더니 꽈당, 넘어진다. 비슷한 수준이 몇 차례 반복되었다. 당연한 일이다. 네발 자전거는 그저 발만 움직이면 앞으로 가지만, 두 발 자전거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자전거를 배울 때는 누구나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운동신경이 뛰어난 사람도 최소한의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넘어지고 일어서고 다시 넘어지고를 반복한다. 힘든 건 엄마 아빠인데, 아들이 짜증을 낸다. 

자기 자신이 못하는 것에 대해 절~대 인정 못하는 얼굴로 누구한테 인지 모를 화가 나있다. 곧 울 것처럼 울먹이는 얼굴에는 짜증과 화가 한가득이다. 그걸 지켜보는 엄마, 아빠 또한 슬슬 짜증이 나고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한다. 


다시 시도, 꽈당. 또 시도, 꽈당. 휘청이며 발을 떼고 바퀴가 두 번을 회전하지 못한 채 넘어진다. 그러다 드디어 울음이 터졌다. 


큰 소리로 짜증 섞인 울음이 시작되고, 아빠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낸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나도 말로 설명하기는 좀 애매했다. 몸이 기억하는 동작을 이렇게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조언을 하지만, 자전거가 익숙하지 않은 아들은 여전히 헤맨다. 


매사에 칭찬을 많이 들어온 주연이에게 못하는 것, 자신 없는 것, 안 되는 것, 이런 것들은 익숙하지가 않다. 그래서 더 속상한 모양이다. 역시 몸으로 하는 건 서툴다. 자신 없고 잘 못하는 것은 포기가 빠른 아들인데, 자전거 타기도 관둔다고 하면 어쩌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걸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처음부터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는데, 실패도 절망도 한 번쯤은 겪어야 할 몫인데 이걸 어떻게 넘기지? 모든 걸 처음부터 완벽하게 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삶에서 얻는 대부분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는 것 들이다. 지루하고 힘든 과정이 생략된 채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2007년 10월 3일 개천절,  아들은 일곱 살이다.
 
두발자전거 두 번째 도전의 날!
지난 토요일 한 번의 도전 이후 인성교육(?), 정신교육(!)을 많이 했다. 그 결과인지 아들이 좀 달라졌다. 
주연이 스스로 반성을 한 탓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주연이 마음가짐이 달라져있다. 


오늘은 싱글싱글 웃으면서 도전한다.  초반엔 첫째 날과 비슷했다. 도전하고 넘어지고 다시 시도, 또 넘어지곤 했다. 

그러다 조금씩 진도가 나가기 시작했다. 5미터, 10미터, 30미터... 조금씩 혼자 타는 시간이 늘어나고 여전히 비틀거리지만 직진하고 있다.

가는 거리가 조금씩 길어지면서 20여분 후엔 뒤에서 잡아주지 않아도 앞으로 갈 수 있게 됐다. 놀라웠다. 

자전거 타는 재미가 조금씩 맛들기 시작한다. 뭐든 처음이 힘들지 익숙해지면 괜찮아진다. 


물론 넘어지기도 했다. 한 번은 오래 안 넘어지는가 싶다가도 다시 제자리인 것 같고, 다시 시도해서는 또 길게 타고는 한다. 하지만 지난번처럼 짜증을 내지는 않았고, 울지도 않았다. 넘어지면 장난(!)을 치는 여유까지도 생겼다. 


"어? 손에 모래가 묻었네. 모래가 손에 묻었네. 하하"


억지웃음으로 보이기는 했지만 아들은 노력하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듯 보였다. 자기 암시를 하는 듯도 보였고. 아들도 마음을 단단히 먹은 모양이다. 일주일도 채 안된 사이에 달라진 모습이다.


혼자서 두발자전거를 타는 모습에 잠시 콧날이 시큰해지긴 했지만, 재밌게 타는 모습이 흐뭇했다.   
 
'벌써 이렇게 또 컸군'


몸도 마음도 이러면서 성장하는 거지 싶었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작은 실수도 없이 완벽한 인생을 살아 어른이 된 친구가 있고, 자라면서 자잘한 실수를 하며 인간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걸 자각한 친구가 있다고 치자. 

어떤 친구가 삶의 만족도나 행복이 더 클까?

후자의 친구가 아닐까.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언제 어느 때든 실수할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다. 어린 나이에 실수하는 게 더 낫다. 실패를 경험하는 건 젊은 나이일수록 다시 털고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 그걸 알려주고 싶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실패해도 괜찮다' 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실패는 해도 괜찮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건 나쁘다.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안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위로받고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67 엄마 표창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