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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Jun 05. 2017

71 엄마의 병간호

2012. 12. 5, 아들은 초등 5학년이다.


몸살감기로 감기를 달고 다닌 게 일주일이 넘었다. 감기를 잘 안 걸리는데 이번엔 좀 심하게 걸렸다. 몇 년치 감기가 한꺼번에 온 것 같다. 약을 며칠 먹다가 나은듯해서 약을 끊었더니 증상이 다시 나타난다. 약 기운으로 정상이 된 것처럼 보였나 보다. 어제는 더 버티기 힘들어서 부랴부랴 병원을 찾았다. 엉덩이 주사를 다시 맞고 이번엔 5일 치의 약을 처방해 달라고 했다. 약을 먹으니 멍~한 상태가 지속된다. 졸린 것도 같고, 약 기운에 취해 통증(근육통)은 없으나, 물 위를 걷는 듯 몸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고 몽롱하기만 하다. 꿈을 꾸는 듯 움직임에 대한 현실감이 없다. 어젯밤엔 내 컨디션이 안 좋은 걸 눈치챈 주연이의 간호(!)가 있었다.


“엄마 괜찮아요?”

“머리는 안 아파요?”

“추운 건 이제 가셨죠?”

“열 있나 재 봅시다.”


체온계를 직접 귀에 대주며 온도를 확인한다. 물수건을 준비하겠다며 수건을 준비하려는 걸 억지로 말렸다. 대야에 물을 떠서 휘청거리며 들고 오는 걸 상상하려니 아찔하다. 열이 다시 오르려고 한다. 아들이 가만히 있는 게 엄마를 도와주는 건데 그 말을 하면 아들이 상처받을 것 같아 머리로 생각만 한다.


남편의 미니미다. 영락없이 남편의 모습이다. 남편이 주말부부로 지방에 있으니 남편 역할을 아들이 한다. 옛날 엄마들이 남편이 없을 때 큰 아들에게 의지하는 게 이런 마음일까? 고마운 마음이 크지만 몸이 힘드니 성가신 마음도 약간 있다. 그런 마음을 먹었다는 게 죄책감을 느끼게도 한다.


남편보다 조금 더 친절하고 배려심이 있지만, 고집은 세서 본인이 생각하는 걸 꼭 해야만 한다. 가습 역할을 하라고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와 수건을 반쯤 넣고 한쪽 끝은 물 없는 대야에 걸쳐놓았다. 끝내 대야가 안방에 들어왔다. 자다 깨다 하다가 주연이가 자꾸 말 시키며 걱정하는 통에 잠이 달아났다.


자다가 일어나 괜찮다는 말로 여러 번 안심시킨 뒤 책을 조금 읽다가 뜨개질 조금 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좀 일찍 자려 했는데, 평소에 그 시간이다. 밤 12시.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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