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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Jun 11. 2017

75 영어 공부 방법

                                                                                      

아들과 영어의 만남은 유치원 때부터다. 유치원 영어수업으로 처음 접했다. 우리나라에서 영어과목의 중요성은 긴 말이 필요 없다. 조기교육, 원어민 교육, 영어유치원 등 영어시장에서는 각 학원에서 강조하는 말들로 가득했다. 그들이 강조하는 것들은 하나같이 불안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어떤 학원이 좋다는 얘기는 말하는 사람에 따라서도 달라졌다. 어떤 학원이 좋은지 판단이 안되었다. 내 아이에게 어떤 교육방식이 맞을지도 역시나 안개 속이었다. 주변에 영어유치원을 보낸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었던 우리는 불안했다. 이제 겨우 알파벳을 뗀 수준인데 늦었구나 싶기도 했다. 


유치원에서 수업하는 것 말고, 추가로 어떤 학원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윤선생 영어’를 알게 되었다. 몇몇 학원에서 상담을 받고 레벨테스트도 해봤는데 크게 끌리지 않았다. 입시학원 분위기에 매일매일 단어 숙제와 시험이 있다는 말을 듣고 아들은 겁을 먹었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나머지 공부를 시킨다는 학원도 있었다. 레벨 테스트를 하면서 힘들어하기도 했다. 윤선생 영어는 상담받는 내내 편안한 분위기였다. 윤선생 영어 교재에서 처음 시작하는 단계가 ‘파닉스’인데, 화려한 색감의 교재와 재미있게 유도하는 발랄한 목소리가 아들의 주목을 끌었다. 


윤선생의 교육 방식은 매일 카세트테이프 한 면을 혼자 듣고 간단한 퀴즈를 풀어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선생님이 방문해서 진도와 숙제를 체크하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주거나 보충설명을 해준다. ‘파닉스’를 할 때는 다음 책이 궁금해서 빨리 진도를 나가고 싶어 할 정도로 교재를 기다렸다. 매일매일의 숙제도 자발적으로 끝내 놓는다. 윤선생을 처음 시작한 게 유치원부터 초등 5학년까지이니 적어도 6년 이상은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재밌어하던 영어가 초등 4학년부터는 슬럼프가 왔다. 갈수록 교재 내용이 진지해지고 점점 어려워지니 대충하거나 숙제를 거르는 일이 많아졌다. 뭔가 새로움이 필요했다. 


“주연아, 너 친구들은 영어학원 어디 다녀?”

“몰라. 안 물어봤는데.”

“주연이가 요즘 윤선생이 재미없어진 거 같아. 그렇지? 숙제도 잘 안 하고 아침마다 전화받는 것도 너무 힘들어하고 어떻게 생각해?”

“…”

“친구들 어떤 학원 다니는지 스캔 한번 해봐!”

“응. 알았어 엄마.”


그러고 며칠 후에 아들에게 다시 물어봤더니, 몇 개 학원이 물망에 오른다. 두 개 학원 중에 한 개 학원은 선생님이 때린다고 절대 가지 말아야 할 곳이라 한다. 반면에 청담어학원은 칭찬만 한다. 반에 친구 하나가 청담으로 오라고 꼬시고 있는 것 같다.


아들과 함께 청담어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고 레벨테스트도 한다. 아들 머릿속에 호의적인 학원이라 결정은 금방 내려졌다. 일련의 프로세스대로 수강료를 입금하고, 교재를 구입하고 셔틀버스 안내를 받고 학원에 간 첫날이다. 그렇게 자신의 학원으로 오라고 영업(!)을 했던 친구가 한마디 했다고 한다.


‘Welcome to the hell’


“헐~ 진짜? 아들 괜찮겠어?”

“에이. 엄마 농담이야. 걔가 장난치는 거야. 원어민 선생님이랑, 부담임 선생님이랑 좋은 분 같아. 수업도 재미있고. 괜찮을 거야”


농담이라는 말을 듣고 마음을 놓았다. 잘 지내야 할 텐데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아들을 믿는다. 


청담어학원은 그렇게 시작해서 4년을 다녔다. 최고 레벨인 master까지 갔으니 자신감을 가질 만도 한데, 어쩐지 아들은 영어에 자신 없어한다. 내 추측이건대, 학원에 워낙 영어를 잘하는 어린 친구가 많아서인 것 같다.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도 있고, 어릴 때부터 청담을 다녔던 친구도 있다. 출발선이 다른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니 당연히 자신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들은 청담을 다니고부터 학교 영어시험은 따로 공부하지 않았다. 문법이 약했지만, 빈칸 채우기나 틀린 단어는 감으로 찾는 것 같았다. 한번 읽어보고 갸우뚱하면 그게 정답인 경우라고 했다. 어색한 문장을 문법적으로 찾는 게 아니라 느낌으로 찾는 것 같았다. 아들이지만 참 부러웠다. 내가 그 수준이면 얼마나 좋을까. 저 조그만 머릿속에 든 걸  복사해 올 수 없을까? 그런 방법이 있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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