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아들은 초등 4학년
우리 집에는 식탁에서 하나의 규칙이 있다. 밥을 제일 마지막까지 먹는 사람이 식탁을 치우는 거다. 설거지는 대부분 내 차지고, 식탁에 있는 반찬 정리하고 행주로 닦고 하는 뒷정리를 꼴찌가 하는 거다. 서로 약속을 한 건 아니지만 언제부터인지 자연스럽게 그런 규칙이 만들어졌다. 대부분 꼴찌는 아들이다.
저녁을 먹고 나는 빈 그릇들 죄다 끌고 가서 열심히 설거지 중이고, 남편은 담배와 면담 중이다. 꼴찌로 먹은 주연이는 식탁 정리도 안 도와주고 왔다 갔다 하며 수다를 떤다.
(나) 식탁 저쪽에 뭔가가 있는 거 같은데, 그거 빈 그릇 아닌가?
주연 무 반응.
(나) 식탁 위에 설거지 할거 또 있지 않나? 저기 뭐 있는 것 같은데...
(나) 주연아?
그래도 아들이 반응이 없자. 아들 이름을 콕 찍어 부르며 주의를 집중시킨다.
(주연) 엄마의 저 말은 평서문인데, 잘 들어보면 명령문이다.
(나)......
응? 뭐라고?
뭔 말인지 못 알아 들었다.
(주연) 엄마의 말은 평서문처럼 들리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분명 명령문이었던~ 것이었다.
나중에 알아듣고서 ‘빵~’ 터졌다. 어쩜 저런 생각을 했을까. 말에 위트가 있다.
빨래를 개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청소를 하다가 이것저것 심부름 거리가 많다. 심부름은 하나뿐인 아들 차지다.
엄마, 아빠 둘이서 번갈아 가며 아들 이름을 부른다.
"엄마, 아빠는 왜 맨날 나만 시켜?"
"아빠는 왜 안 해?"
"엄마가 좀 하지~이?"
하며 볼멘소리를 하곤 한다.
그 얘기를 들은 후로는 일방적인 명령보다는 자발적으로 엄마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조금 돌려 말하곤 한다. 좀 더 부드럽게. 때론 혼잣말처럼 하기도 하고. 그 방법을 조금 많이 써먹었나 보다. 심부름시킬 전략을 다시 짜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