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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제이 Apr 25. 2018

(5일) 투명 인간

아들이 엄청 좋아했던 ‘해리포터’ 시리즈가 있다. 책으로도 영화로도 나와있다.

아들은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반복해서 읽었지만, 나는 완독 하지는 못했다.

영화는 빠짐없이 본 것 같다.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겼다.   


같은 걸 공유한다는 것은 친밀도를 2배속은 증가시켜 준다.

같이 밥 먹고, 같은 걸 보고, 눈 마주치고 대화하는 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하는 행복한 일이다.

아이와의 친밀감 형성에 매우 효과적이다. 억지로 하지 않고 함께 기꺼이 즐기는 게 중요하다.

  

해리포터를 보며 부러운 마법이 몇 가지 있다.

설거지와 청소를 해주는 마법,

멀리 있는 물건을 ‘앗씨오’ 한마디로 손위에 가져오는 마법,

문을 열고 들어가면 원하는 장소로 순간 이동하는 마법 등이 그것이다.

그중에 설거지와 청소는 배움의 과정이 아무리 험난하고 까다로워도 꼭 마스터하고 싶다.


또 한 가지 ‘투명망토’ 가 있다. 투명 망토를 뒤집어쓰면 상대에게 들키지 않는 마법이다.     

투명인간이 되면 아들의 학교, 남편의 회사에 쫓아가서 내가 알지 못하는 영역에서의 그들을 관찰하고 싶다.

내가 아닌 타인에게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는지 궁금하다.


아이가 어릴 때 유치원에 가고, 학교에 다니고 하는 성장과정에서 내가 모르는 언어나 행동을 보일 때 어떤 아이인지 궁금할 때가 많았다. 그런 호기심과 궁금증을 투명망토는 풀어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반면에, 투명인간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상대에 대해 모든 걸 다 아는 순간 시시해지기 때문이다.

적당한 신비주의

내가 알지 못하는 비밀 몇 개쯤은 숨겨두고 적당히 노출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의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해서 말이다. 그 상대가 아이여도 해당된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떨어져 사는 아들이기에 더 애틋하다.

하지만 집에 다녀갈 때마다 행색이나 빨랫감을 가져온 상태를 보자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엄격한(!) 기숙사 생활에서도 자기 관리가 엉망이란 생각에 실망스럽다.

얼마 전에는 핑크 양말과 검정 양말을 양쪽 발에 나눠 신고 왔다. 최신 유행은 아닐 테고, 핑크 양말을 사준 기억이 없는 걸로 봐서 다섯 명의 룸메이트끼리 서로의 양말까지도 공유하는 모양이다.

아들의 이런 면은 차라리 눈 감고 안 보는 게 정신건강을 위해 좋은 일이다.

적당히 감추는 일은 그래서 중요해 보인다. ㅡ.,ㅡ    


투명망토가 존재한다면 거꾸로 내가 관찰을 당할 수도 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를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상상은 생각만으로도 오싹하다.

스토커다. 그러고 보니 내가 해도 스토커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흠, 안 되겠다.

투명 망토는 존재하지 말아야 할 물건인 것으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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