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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 아버지에 대한 생각

by 그로플 백종화

40, 50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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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018년 경, 회사에서 작은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직원들의 야근을 줄이고, 빨리 퇴근할 수 있도록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만드는 프로젝트였죠. 그런데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직원들이 퇴근을 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아니었기 때문이죠. 가장 큰 원인은 '집이 즐겁지 않기 때문'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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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이상의 리더 중에서 단 2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다 남자였습니다. 40~50대 남자 팀장님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회사였는데요. 유독 팀장님들의 야근이 많았습니다. 그것도 자발적인 야근이었죠. 다양한 활동들을 사용해 봤지만 결국은 실패했고 그 원인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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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40~50대 남자 팀장님들이 집에가면 혼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시더라고요. 집에 가도, 아내도 아이들도 남편과 아빠와 대화하기 보다는 각자만의 시간을 사용하기에 바빴고 아버지는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집보다 동료가 있는 회사를 더 좋아할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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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편한 사람이 누구세요?' 라는 질문에 '저랑 대화를 많이 해주는 oo' '제가 술마시자고 하면 함께 마셔주는 oo' 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주말에는 일부러 아침일찍 집을 나와 커피숍에 가고, 운동을 하러 가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팀장님들이었고 주중에는 자발적 야근을 하며 집이 아닌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팀장님들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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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의 삶을 정말 정말 정말 두려워하셨던 이유는 '집이 가장 힘든 곳인데, 어떻게 하냐.'라는 답변이었죠. 그러면서 하셨던 말씀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다 제가 그렇게 만든건데요. 너무 늦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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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적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일에 몰입하는 시간이 많았고, 대화하기 보다는 가르치고 평가하기 바빴다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가정이 행복하면 내 삶이 조금은 편안해 지더라고요. 그리고 그때 비로서 미소가 머금어 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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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적에는 일에 몰입하고 나이 들어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생각하시는 모든 분들께 계획을 수정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가족과 시간을 함께 가져보세요. 불편하게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가족이 하고 싶어하는 일에 내 시간을 포함시켜 보세요. 저도 그렇게 함께보내기 위해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거든요. 할 말도 없었고, 어떻게 시간을 즐겁게 보내야 할지 몰랐지만 어느순간 딸과 대화를 하고 있고, 딸과 쇼핑을 하고 있고, 아내와 커피를 마시고 있더라고요. 매주, 매달 아니 더 자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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