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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플 백종화 May 28. 2024

한 입 리더십 _ 커리어는 정글짐입니다

내 커리어에 대한 고민
(부제 : 커리어는 사다리가 아닌, 정글짐입니다.)

오늘 원티드 컨퍼런스 정태희 대표님의 이야기 중에 기억속에 남는 많은 단어들이 있습니다. 물론 피드백과 원온원이라는 단어가 가장 익숙했지만 사다리와 정글짐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겠더라고요. 관점을 요약해 주는 시간이 가장 가치있는 시간이 되어 버린 저도 시니어가 되어 가나 보네요.

'커리어를 사다리 타고 올라간다.'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전문가 트랙에서는 맞는 이야기이지만 이 또한 요즘 시대에는 통하기 어렵게 되었더라고요. 이유는 이직이 너무 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게 되면 더 높은 곳에 올라가야만 내 커리어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필연적으로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끌어 내려야 가능하죠. 안정적인 회사일 수록 커리어를 사다리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 회사에서 성공해야만 내 커리어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죠.

조금 다르게 '커리어를 정글짐에서 play 한다.'라는 생각을 가져보면 어떻게 될까요? 하나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다가 네모난 박스 위해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줄타기를 하기도 하고, 옆 칸으로 넘어가기 위해 맨 아래 칸으로 내려오기도 해야하고, 심지어 미끄럼을 타며 수직 낙하를 할 수도 있겠죠.

한 사람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 보면 사다리보다 정글짐이 더 많이 있습니다. 저 또한 신입사원 6개월 차에 첫번째 받은 C평가로 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두번째 해부터는 A를 받으며 ACE 대접을 받았고, 4년차에 인재개발 팀장이 되며 사다리를 그 누구보다 빠르게 올라갔습니다.

그러다 두손을 들고 자발적으로 팀장을 내려놓고 아동복 현장으로 돌아와 리더도 팀원도 아닌 애매한 프로젝트 매니저 PM의 역할을 1년 동안 하게 되었습니다. 브랜드 재런칭을 준비하는 PM이었지만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포지션으로의 이동이었습니다. 인재개발팀에서 리더십 교육을 시작했는데 리더 경험이 없다보니 나 스스로 해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너무 어린 아이와 장모님을 잃은 슬픔에 케어가 필요했던 아내를 위한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미 노미되어 있던 제 승진은 4년이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PM 1년 후 다시 영업 부서장이라는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조금씩 리더십을 경험하게 되었네요. 그리고 다시 얻은 기회는 부회장 비서실장이었습니다. 그룹의 경영진, 핵심인재를 관리하는 조직이기도 했었죠. 이곳에서 리더로 성장할 수 있었고, 조직의 수많은 정보와 경영진의 일하는 방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영진과 핵심인재 관리에서 발탁과 양성으로 과업을 확장할 수 있었기도 했고요. 이유는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이 HRD 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두드리다 보니 열리더라고요.

그러다 또 한번 현장 법인으로 내려갈 수 밖에는 없었습니다. 개인의 CDP 때문이기도 했지만 리더의 특별한 상황 때문이었죠. 그 과정에서 그룹에서 가장 작은 법인 5개를 책임지는 HR Lead가 되었습니다. 이 법인을 선택한 이유는 '노동조합'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제 경험 속에 꼭 넣었으면 하는 지식과 경험이 바로 이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배운 것도 많았지만 힘들고 어려운 것도 많았더라고요. 그렇게 정글짐에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16년차에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습니다. 인재개발팀장, 비서실장, 인사실장을 경험했던 제가 작은 스타트업의 피플 유닛의 팀원으로 말이죠. 매니저는 저보다 나이도 7살 어리고 연차도 8년 정도 더 적었습니다. 하지만 제 과업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고 저를 평가할 수 있는 권한도 있었습니다. 팀원으로 가게 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후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죠.

회사는 제게 HR 디렉팅을 요청했지만 조직관리가 아닌 리더의 성장에 시간을 쓰고 싶다는 제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6개월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었습니다.

어쩌면 HR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가 가장 낮은 자리를 선택한 이유는 제 커리어의 정글짐을 통과하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로플의 Coach로서의 제가 있는 거죠.

커리어는 사다리가 아니라 정글짐입니다. 그것만 기억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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