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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플 백종화 Aug 03. 2024

한 입 리더십 _ '여유없음'이 주는 영향

리더의 여유 



몇 년 전에 어패럴 뉴스에 연재했었던 글이 떠올랐습니다. '리더의 여유' 라는 글이었는데요. 유독 우리나라 리더를 보면서 여유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네요. 너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거드요. 



특히, 팀장에게 회의와 보고서는 리더의 여유를 빼앗는 가장 큰 무기가 되었습니다. 첫번째 직장도 회의와 보고서 문화가 심했었습니다. 물론 내 수준을 넘어서는 회의와 수준 높은 보고서 작성을 통해 많은 경험과 성장을 했지만, 회의와 보고서가 과부화되는 순간 성과와 얼라인되지 않는 그저 행위에 그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해서 느낀 점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일하는 시간은 2/3로 줄어들었는데 성과는 2배 이상이 났거든요. 이유가 궁금해서 시간을 비교해보니 회의와 보고서에 쓰는 시간이 80% 줄어들면서 실제 성과에 영향을 주는 활동을 많이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내 시간의 레버러지를 이직하고 나서 처음 알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리더분들에게 많이 질문합니다. 


'여유 있나요?'




정말 리더는 할 일이 많습니다.


저도 그로플을 창업하기 전 직장 생활 18년을 했는데, 가장 여유롭고 자유로웠던 시절은 언제인가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신입사원 때 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부담없이 일하던 시기 였거든요. 그럼 그 다음은요? 라는 질문에는 '2년차 때 입니다.' 라고 말씀 드리고 싶더라고요.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는 조직에서 경력이 쌓여 갈 수록, 직책이 올라갈 수록 많은 책임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나만의 시간과 여유를 잃어 가고 있으니까요.


 


문제는 '여유 없어짐'음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죠. 



팀장이니까, CEO 니까, 바쁜게 맞지. 리더니까 늦게까지 해야 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는 것 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팀원보다 리더 스스로가 더 많이 한다는 것이 맹점입니다. 이 시점에서 제가 꼭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리더분들께 꼭 필요한 것은 여유라는 것이죠.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책임과 권한이 아닌, 중요한 일에 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와 '마음의 여유' 입니다. 



여유를 다른 말로 다르게 생각할 시간,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학습하는 시간, 새로움을 도전하는 마음, 팀원의 성장을 돕는 마음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리더분들은 항상 바쁩니다. 그 누구보다 바쁘게 일하고, 바빠보여야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직에 문제가 생기거나 일정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리더분들은 '내가 하지 뭐'라며 그 일을 맡아버리죠. 가장 잘 하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리더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자신의 여유를 사용해 버립니다.'



그럼 여유없는 리더는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까요?



1. 얕은 고민의 시간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일부의 정보와 짧은 고민만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 의사결정이 제대로 일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리더분들은 스스로에게 '나는 아직 리더로서 전문성이 부족해.' 라고 피드백을 하곤하죠.



2. 팀원의 성장과 성공 미지원


리더에게 여유가 없을 때의 문제는 리더 혼자만이 아닙니다. 바로 리더의 팀원들에게 영향을 가게 된다는 부분이죠. 가장 큰 부분은 리더가 해야 하는 주요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 입니다. 그 과업은 바로 팀원의 성장과 성공을 지원하는 것 입니다. 


리더가 여유없는 모습을 보일 때 팀원들이 리더에게 자신의 일을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즉, 리더의 코칭이 짧게라도 있다면 더 쉽게 해결되고 더 좋은 결과가 나올텐데 '우리 팀장님, CEO 너무 바빠서 이런거 물어볼 수가 없어.'라며 질문과 도움 요청을 아예 포기해 버리게 되거든요. 



3. 롤 모델에서 실격


1,2번의 리더의 모습을 자주 보는 팀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매일 매일 고군분투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게 되고, 책임은 많지만 권한은 없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는 없게 됩니다. '성장하고 싶으면,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으면 우리 리더처럼 일해야 하나?'라는 고민으로 팀원들이 성장에 두려움을 갖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죠.


솔직히 저는 이 경험들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제가 처음 팀장을 했었던 시기가 2007년 이었는데요. 친한 후배가 제게 이런 이야기를 동일하게 한 적이 있었거든요. '팀장님 처럼 되고 싶지 않아요.' 물론 그 후배는 지금 한 기업의 어엿한 팀장이 되어 있습니다.



4. 리더로서 자신의 성장과 학습에 투자 미흡


여유가 없게 되면 리더 또한 스스로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하고, 학습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지금 당장 쳐내야 할 현업들이 쌓여 있기 때문이죠. 눈에 보이는 일들 때문에 새로운 일, 복잡한 일, 어려운 일 그리고 도전적인 일에 시간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할 수 있는 일,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일에 대해서만 도전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5. 리더로서 동기 및 몰입의 저하


마지막으로 쌓이게 되면 리더분들 스스로 1,2,3,4번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바쁘게 일을 쳐내느라 자책하며 동기를 잃게 됩니다. 그러다 관리하던 핵심인재 후배가 퇴사하거나 자신의 건강에 이상을 느끼게 되면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하고요. 리더는 회사의 모든 일을 다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몇 가지의 일에 집중하는 사람이고, 조직과 개인을 성장시키고 그의 성공을 위해 시간을 사용하는 사람입니다. 사업과 상황에 따라 가끔 여유가 없을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여유없는 삶을 살고 있다면 내 시간을 되돌아 봐야 합니다. 그리고 CEO와 회사가 그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요.



자 그럼 만약 리더분들에게 시간적으로 조금 여유를 갖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일을 할 때 그 여유 시간을 사용하면서 조금 더 깊게 고민해 볼 수도 있고, 팀원들을 만나는 시간을 늘려가며 그들의 성장에 시간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여유 시간을 나에게 한번 사용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런 질문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리더분이라면 일과 가정 외에 어떤 취미가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무엇이라고 대답을 하시겠어요? 



저는 저도 직장인으로서 18년, 사업자로 4년차인 지금도 일중독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이랜드에서는 평균 4.5~5시간 자면서 일했고, 블랭크에서는 일하는 시간은 정해져 있었지만 그 외 공부하고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통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많았거든요. '백종화 일의 총량의 법칙' 가족이 붙혀준 이론입니다. 백종화는 무슨 일을 하든 일하는 시간은 동일하다는 의미이죠. 물론 일 = 회사 + 코칭 + 공부를 포함한 것입니다. 



대신 저는 저만의 여유를 언제나 찾아 둡니다. 아내와 커피챗을 일주일에 3~4번씩 하고 있고, 가족과 회의겸 대화겸 피드백을 매주 1시간씩 고정하고 있죠. 필라테스를 주 2번 다니고, 가끔 가족과 함께 헬스장에 갑니다. 곧 제가 가장 좋아하는 스쿼시도 다시 시작할 계획이고요. 매월 1번씩 부산 출장을 가서 3일 정도 저녁 시간에 멍 때리기도 하고, 매월 1번씩 토요일 하루는 북클럽에 참여한 사람들과 수다하는데 시간을 쓰기도 합니다. 매주 3~4번 정도의 식사 미팅이 있어 그 시간에는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듣는 시간으로 사용하고 있죠.



매일 기상 후 30분, 잠자기 전 30분은 온전히 제 머리를 쉬게 하는 시간인데, 이때 핸드폰으로 블록 게임도 합니다. 



그리고 여름과 겨울 2주일씩 총 4주 정도의 시간에는 강의와 코칭을 잡지 않습니다. 가족과 여행도 하고, 잠시 쉼의 시간을 가지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거든요. 그렇게 '나만의 여유'를 매일, 매주, 매월 그리고 연간으로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시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여유없음이 반복된다면 나는 더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게 되고, 내 주변 동료들이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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