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힘
딸은 학교 수행 과제로 하나의 긴 프로젝트를 진행중 입니다. 아이들 각자가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학습하고 책을 쓰는 과제인데 A4 20페이지 이상을 써야하더라고요. 3-4개월 전부터 시작한 이 작은 프로젝트에서 딸이 정한 주제는 '학생 MBTI' 입니다. 아빠를 통해서 자주 접했던 주제이기 때문에 쉽게 선택했더라고요. 하지만 아빠찬스는 그닥 크지 않습니다.
딸이 과제를 하는 기간 제가 도움을 준 것은 몇 개되지 않습니다.
1. 2번 메일로 궁금한 것을 물어본 딸에게 A4 2장 분량의 답신
2. 일하는 사람을 위한 MBTI 책 소개 및 청소년 MBTI 전문서적 대여
3. 함께 서점에 가서 딸이 고른 다른 MBTI 책들의 장,단점 설명해주기
4. 하루 1, 2번 불쑥불쑥들어오는 딸의 궁금증과 해소되지 않는 친구들의 성격과 행동에 대한 짧은 해석과 기타 사례
5. 딸의 목차 읽어보고 피드백
딸의 수행과제를 써줄 생각도 해본적 없고, 간섭이나 제안도 고려해 본적은 없습니다. 제 이야기가 아닌 친구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고 어차피 발표할 때와 일상에서 본인이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는지가 금세 들통날테니까요. 스스로 학습하고, 왜 그런지 궁금해 해야하고, 물어봐야 하죠.
제가 딸에게 가르치는 핵심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힘'입니다. 그걸 위해서 질문하고 피드백할 수 있도록 하죠.
제가 아직 딸에게 시도하지 않는 것은 지시입니다. 높은 목표와 학업에 도전하도록 지시하지 않고, 공부와 운동을 지시하지 않습니다. 방청소와 식사도 지시하지 않고 질문을 하죠.
오늘 계획은 뭐야?
개학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어?
만족해?
지난 방학과 뭐가 달라졌어?
2학기 목표는 뭐야?
아직은 그저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실행하는 그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욕심부리고 싶지만 그러면 그때부터 딸의 삶이 아니라 딸이 제 삶을 대신 살 것 같아서 꾸욱~~ 참는 중이고요. 솔직히는 좀 더 도전해줬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그럴 재능도 있는데 인정에 대한 겁이 많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