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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플 백종화 Sep 26. 2024

한 입 리더십 _ 구성원이 더나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리더의 역할은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입니다. 




TV 프로그램에서 '김민'이라는 여배우의 가족 대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중 3 딸의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대화였죠. 우리나라에서는 누가 자녀의 고등학교를 선택할까요? 대부분 부모님 그 중에서도 엄마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그런데 이 가족의 대화에서는 중 3 딸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더라고요. 




"어느 고등학교를 선택할거야? 그렇게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몇 가지 이유를 이야기 해 줄래?" 아버지의 질문에 딸은 자신의 생각을 나름의 논리로 이야기합니다. 중간에 아버지가 질문을 추가하려고 하자 딸은 아직 더 이야기 할 게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미안해. 계속 이야기해" 라며 딸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주죠. 




그렇게 딸의 선택대로 되는줄 알았던 대화에서 반전이 생겼습니다. "너는 경쟁이 두려운거니? 남자애들과 함께 경쟁하는게 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여학교를 가겠다고 선택한 딸에게 아빠는 경쟁이라는 키워드로 섬뜩한 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딸은 차분하게 '남자애들과 경쟁은 이미 토론과 피아노에서 하고 있어요.'라고 말을 하죠. "그건 그렇네" 갑자기 아버지의 톤이 낮아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다 엄마가 의견을 내기 시작합니다. "남녀 공학 학교가 다양성이 더 있는데 그곳이 좋지 않을까?" 딸은 학교가 크기 때문에 다양한 것이라는 반박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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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 키워드가 남았습니다. 아버지가 엄마의 의견과는 조금 다른 의견을 냈거든요. "나는 교포였어. 미국에서도 정체성이 흔들렸지, 그런데 한국에 와서 내 정체성을 찾았어. 딸이 여학교를 가서 소수의 친한 친구들을 만들게 되면 정체성과 행복이라는 것을 찾게 될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딸에게 다시한번 고등학교를 선택하도록 질문했습니다. 그리고 딸은 동일한 답을 내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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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대화 속에서 딸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했고, 엄마와 아빠는 딸이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는 대화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짜증, 큰 소리는 전혀 없었고 서로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듣더라고요. 16살 어린 딸의 결정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부는 그녀의 몫이지 부모의 몫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고등학교를 선택하더라도 '그곳에서 적응하고, 공부하는 것은 당사자인 딸'이기 때문이죠. 자신의 선택과 결과를 책임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일에서도 필요한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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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에서도 동일합니다. 리더의 입장에서는 팀원들의 결정이 못마땅할 수 밖에는 없으니까요. 지식도, 경험도, 정보도, 일에 대한 몰입과 큰 그림을 보는 시야도 리더가 더 낫다고 생각할 수 밖에는 없거든요. 저 또한 그렇습니다. 직장 생활 22년차에 접어 들었고, 나름 이 분야에서 잘 안다고 생각하는 제가 2~3년차 주니어의 아이디어와 실행 과정을 보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절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때 리더가 주도권을 갖게 되면 구성원들은 더이상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려 할 겁니다. 리더가 다 알려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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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부족하지만, 구성원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는 대화를 자주 반복해 보시면 어떨까요? 여유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좋은 질문을 하고, 그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보는 것이죠.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으로 자신의 업무를 돌아보게 하는 대화 말입니다. 저는 이 대화가 원온원의 가장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코칭 대화를 나눌 때 반복하려고 하는 모델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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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역할은 다양합니다. 성과를 위해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고, 일사분란하게 지휘를 해야 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들의 성장을 위해 한번 더 참아보면 어떨까요? 그들이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스스로 결정한 것을 실행하며 피드백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어떨까요? 



좋은 질문을 하고, 경청해 주고


회사 내, 회사 밖의 중요한 정보를 공유해 주고


지식과 레퍼런스를 주며 


'내 생각이 정답은 아니니까, 더 좋은 대안이 있으면 그 방법으로 해'라고 말해주는 대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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