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될까?
(부제 : 희망이 생기면 참아집니다)
아킬레스건 수술을 할 때 척추마취를 통해 하반신의 모든 감각이 멈췄습니다. 주사는 아프지 않았는데 누워있는 짧은 시간 정신은 말짱한데 다리가 돌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어라고요. 배꼼 위는 차갑지만 5센티 바로 아래부터는 감각이 없었죠. 이대로 수술을 하신다는 말에 '죄송하지만 수면마취도 부탁드립니다.'라는 부탁을 드렸습니다. 두번 거절하시고 나서는 들어주시더라고요. 수술 시간동안 온전한 정신으로 버티기가 무서웠거든요.
수술 후에도 6-7시간 하반신에는 감각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힘을 줘도 움직이지 않는 다리가 신기하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었네요. 그런데 간호사님이 "6시간 후부터 가능하실 거에요. 그때 소변을 보시면 마취에 풀린거라 생각하시면 되요" 라는 말을 듣고 하반신을 통제하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감각이 돌아오는 느낌이 드는데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소변을 보기까지는 4시간이 더 걸렸고, 대변을 보기까지는 2일이 더 필요했지만 많은 경험이 있는 간호사분들이 미리 예측해서 "이때쯤 소변,대변 보시게 될거고 이런 현상 나올거고, 혈압 이렇게 될 수 있고..."라며 알람을 주시네요. 그때마다 '왜 안돼지?'라는 불편한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11월까지는 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해야 하고, 수술한 발이 땅에 닿지 않아야 한다는 경고도 받았지만 그럼에도 12월부터는 조금씩 걸을 수 있다는 기대도 주시네요.
전 첫번째 직장에서 일을 할 때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더 디테일하게 계획했고, 통제했고, 공부했었고 그렇게 성장하고 성공했었더라고요.
두번째 직장에서는 반대로 계획보다 실행을 먼저하며 실행과 피드백을 동시에 하며 재설계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세번째 직장인 그로플에서는 둘다 하고 있더라고요. 그때그때 상황과 사람에 따라서 말이죠.
일을 하면서도 아직 두려운 것은 내가 모르는 것,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마주하면 어떻하지? 였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기치 않게 다치고 수술을 하면서 모든 것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보니 또다른 모습들이 보이더라고요. 불변함을 도와주는 분들, 누군가의 기대를 심어주는 분들, 작은 배려와 도움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알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큰 의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이 또한 성숙해지는 시간으로 나에게 돌아올거라 믿으면서 말이죠. 일정을 조정해주시고, 배려하며 취소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죄송하고 감사한 시간이네요.
한번쯤은 이렇게 넘어져서 아파봐야 하나 봅니다. 많이는 말고 적당히만요.
일을 배움에도 언제쯤 될지?를 아는 것은 기다리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새로움을 배울 때, 포기하려 할 때에 더 그렇죠. 배운다고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거든요.
언제까지 배워야 할까? 언제까지 안될까? 언제쯤 잘할 수 있을까? 이것을 알려주고 함께 기다려주는 리더가 내 주변에 있었다면 그만큼 큰 복도 없는 거더라고요.
#완벽주의자 #완벽주의자무너트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