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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플 백종화 Nov 09. 2024

한 입 리더십 _ 타인을 망가트리는 고급스킬

타인을 망가트리는 방법

(부제 :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게 만들면 됩니다) 



탁월한 성공을 만들어 내던 경영자가 망가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탁월한 리더 그리고 정치인도 비슷하게 망가지더라고요. 또 자녀, 동료도 망가지죠. 저 또한 그렇게 망가졌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인사위원회 HRC 라는 조직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성장했던 시간이고 배웠던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기간이요. 리더는 부회장님, 그리고 그룹 CHO와 부사장님 (당시 상무님) 그리고 저 이렇게 4명으로 구성된 조직입니다. 이곳에서는 매주 그룹의 주요 인재들에 대한 파악을 합니다. 그들이 가진 강점과 약점을 비즈니스적인 관점과 성격, 평판, 면담 등 다양한 패턴으로 파악하죠. 제 역할은 부회장님의 비서실장 겸 HRC에서 다루는 그룹의 모든 핵심인재, 임원들에 대한 평가와 발탁 그리고 양성이었습니다. 제 수준과는 비교되지 않는 너무 크고 어려운 과업이었기에 많이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시절이었죠. 



그런데 제가 겸직하고 있던 비서실장이라는 타이틀은 배움보다 칭찬이 더  큰 포지션이었습니다. 오너가 이시기도 하셨던 부회장님의 모든 것을 사전에 소통하고 판단해야 하는 위치였기에 그룹의 주요 임원들과 경영진들이 잘 해주셨거든요. 그 당시에는 그걸 몰랐었습니다. 단지 내가 잘하고 있으니까로 생각했었죠. 



한번은 한 법인의 주요 경영진 석세션 플래닝 회의를 하던 때였습니다. HRC 멤버 4명과 그 두 법인의 대표님, CHO 2명이 참석했었던 자리였죠. 그곳에서 제가 했었던 발언은 제 역할이었습니다. "OO은 OO이라는 관점에서 경영자 후보로는 부족합니다. 반대로 OO은 OO이라는 관점에서 경영자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등등 핵심인재에 대한 판단들을 했어야 했죠. 법인 담당자들의 의견과 함께 그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제 의견을 내야 하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역할을 잘 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당시 CHO였던 선배님 중 한 분을 뵙고 그런 이야기를 듣게 되었죠. "그 당시 너가 너무 달라졌다는 생각을 했었어. 자신이 보지 못한 사람을 자신의 생각으로 너무 단호하게 판단하고 평가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아는 백종화가 맞나? 라는 생각을 했었거든. 그때 같이 있었던 OO님과도 너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던 것 같아."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얼굴이 빨개졌었는지 모릅니다. 



솔직한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죄송합니다. 그때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사업부 HO 책임자로 내려가서, 그곳에서 실제 인원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더라고요. 제 부족한 것도 많이 알게 되었고요."



그 당시를 돌아보며 내가 망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많이 찾기 시작했었습니다. 제가 찾은 한 가지는 


1 무조건적인 인정과 칭찬, 성공 경험


이 한 사람을 망가트리기 쉽다는 것입니다. 



당시 제 포지션은 제 경력이나 연차에 갈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제 모든 자료는 회장님께 보고 되었고, 제 모든 자료는 그룹의 모든 경영자들과 HO가 읽고 실행해야 하는 기본 지침이 되더라고요. 제 작은 의견이 법인장과 임원의 승진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고, 핵심인재들에 대해서도 그랬으니까요. 



그렇게 피드백이 없는 인정과 칭찬, 그리고 성공 경험들이 제가 다른 관점을 갖는 것을 막아 버렸습니다. 그때 가장 많은 것을 배웠지만, 지금 돌아보며 그때가 가장 제 성숙도의 성장이 막혔던 시절이더라고요. 



어린 나이에 끊없는 성공을 경험한 경영진, 경영진과 동료로 부터 무한대의 인정과 칭찬을 받는 리더와 구성원 중에서 그렇게 성장이 멈추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연예인들과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처음과 달리 망가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부족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어느순간 내 주변에는 나를 찬양하는 팬덤이 만들어 지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게 되는 것이죠. 내가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나쁜 행동을 하더라도 '내가 정답이다' 라는 생각이 견고해 지는 순간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2 무조건적인 통제


를 통해서 망가트리는 방법입니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틀렸어. 잘못했어. 왜 이딴 식으로 했어?' 라며 반박을 해보세요. 



재미있는 것은 무조건적인 인정과 칭찬 그리고 성공을 경험한 사람들이 타인에게 무조건적인 통제를 가하는 경우가 많다든 것입니다. 내가 정답이기 때문에 나와 다른 의견은 모두 틀릴 수 밖에 없거든요.  



어떻게 보면 무관심이 차라리 나은 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까 말입니다. 



저는 이렇게 내가 다양한 관점을 갖는 나쁜 환경에서 벗어나올 수 있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번아웃을 경험했었거든요. 그룹에서 가장 작은 법인 5개가 모여있는 BU로 발령을 요청했고, 그곳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수많은 어려움과 장애물을 만났습니다. 경영자도 장애물이었고, 민노총과 한노총도 장애물이었고, 회사가 망해야 우리가 공무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연봉이 가장 많은 20년차 이상의 구성원도 장애물이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힘들었고 번아웃으로 이어졌지만, 그곳에서 내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매일 CCM 찬양을 4~5시간 이상씩 듣고, 매주 찬양인도자로 서있을 때 깨달았습니다. '내가 정답이라 생각하는 순간 내가 성장이 멈춘다'는 것을요. 



회사 이름이 그로플 Growple (Growing people's)인 이유는 '성장하기 위해 내가 정답이 아니다' 라는 것을 잊지 말자는 의미도 있습니다. 과거의 나와 달라진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볼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하죠. 지금의 저는 제가 봐도 참 신기합니다. 화를 거의 내지 않고,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그들의 행동의 의도와 배경을 조금은 쉽게 찾아 낼 수 있게 되었고요. 



나를 위해서 라도 또 타인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적인 인정과 칭찬, 성공 그리고 통제는 피해야 합니다. 잘했을 때, 이전과 다른 것을 도전할 때, 타인을 위해 노력했을 때 인정과 칭찬이 필요하고 반대일 때 솔직한 피드백도 필요하죠. 그렇게 관점이 확장되고 성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성장 #성장이멈추는순간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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