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해 지는 공간과 사람들
(부제 : 나를 소개하는 시간)
오늘은 트레바리 6기 마지막 날 이었습니다. 신수정 대표님의 책인 '커넥팅'을 함께 읽고, 나만의 커리어를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네요. 평소 트레바리에서는 정말 많은 질문을 받습니다. 일을 하면서, 살아오면서 생긴 고민들을 공유하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들이기도 하고 제 생각을 전하는 시간이기도 하죠. 그런데 '커넥팅'을 읽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각자의 삶을 나누게 되더라고요.
대학원을 통해서 진로를 변경하기도 하고, 회사가 나에게 주는 모든 과업에 최선을 다하다 보니 지금의 내가 되어 있는 분도 있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도 하다보니 성장한 나를 발견한 사람도 있습니다. 힘들 것 같아서 회피하고 회피하다보니 어느 순간 일의 의미를 찾고 싶어서 창업을 한 분도 있고요. 저도 그렇게 보면 내가 계획한대로 움직이지 않았더라고요.
졸업 학번 일 때 ROTC 인턴 전형이 있던 이랜드에 친구들이 지원서를 작성하며 '너도 쓸래' 라고 전해준 종이에 이름을 적었을 뿐이고, 적극적이었던 친구들은 다 떨어졌는데 저만 합격을 해버렸죠. 인턴 교육을 받으며 생전 읽지 않던 책을 읽었고, 인턴십 전형에 합격해버렸습니다. 이때 ROTC 인턴십은 '군대를 가기 전 미리 채용과정을 진행하고, 제대와 동시에 합격하는 과정' 이었습니다. 취업을 하고 군대를 간거였죠.
제대를 할 때는 이랜드 합격이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동기들은 ROTC 대상 취업 박람회에 모두 참여하기 위해 휴가를 떠났는데, '백종화 중위는 이랜드 합격했으니까 벙커 좀 지켜라' 라며 혼자서 말뚝으로 근무를 서야 했거든요. 유독 저희 부대에 ROTC가 많았던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회사에 지원서 한번 넣어보지 못하고 그냥 이랜드에 들어간 거였습니다. 감사한 것은 그때 내가 계획하지 않았던 도전과 합격, 경험들이 모여 지금의 제가 있게 된 것이죠.
이런 이야기를 외부에서는 잘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트레바리 모임에 와서는 하게 되더라고요. 이곳에서는 대표도 아니고, 그냥 종화님으로 불리고 클럽짱이라 불리긴 하지만 제 말을 막는 사람도 있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망가지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저도 유독 다른 곳에서는 하지 않는 장난을 많이 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종화님 고민 / 질문이 있습니다." 라고 묻는 분께 "안됩니다." 라고 받아 치기도 하고, 내 옆자리에 제발 앉아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하거든요. 내가 나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즐거울 수 있는 몇 안되는 모임이죠.
직장도 이런 모습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업무를 치열하게 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과거 이야기와 미래 커리어를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렇게 성장해 온 것 같거든요. 제가 다녔던 이랜드와 블랭크가 그런 회사였기도 하고요.
6기 졸업 선물은 새 책 싸인본입니다. 아직 서점에 들어가지도 않은 책인데, 출판사에 부탁해서 미리 구입했거든요. 소중한 경험들이 모여 미래에 성장한 내가 되는 시간을 응원합니다. 모두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