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를 기억하는가? 나에게 영향을 준 순간과 사람
(부제 : 절정의 순간과 마지막 순간에 리더는 어떻게 시간을 사용하는가?)
데니얼 카너먼의 경험자아(experienced self)와 기억자아(remembered self)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주제입니다. 현재의 내 경험을 나타내는 경험자아와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는 기억자아가 우리의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정말 크다는 것이죠.
이걸 리더십에 적용하면 카너먼은 '정절과 종결의 법칙 (peak end rule)'이라고 말합니다.
함께했던 리더를 어떤 리더로 기억하세요?
이 질문은 과거 나에게 영향을 준 리더들에 대한 기억들을 꺼내보는 질문입니다. 그들이 나에게 했던 행동들을 말이죠. 그런데 일상에서의 행동들보다 더 기억속에 각인되는 행동들이 바로 절정의 순간과 마지막 순간인 것입니다.
절정의 순간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순간' 이고.
마지막 순간은 '마무리 되는 순간' 이죠.
Employee Experience 직원경험을 고민할 때 가장 집중해야 할 시점이 바로 이때입니다.
그럼 언제가 팀원 입장에서는 절정의 순간이고 언제가 마지막 순간이 될까요? 그리고 그 시점에 리더는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요?
제 경험을 돌아볼 때 절정의 순간들은
1 두 번의 번아웃 기간
2 4년 차에 인재개발팀장이 되었을 때
3 장모님의 갑작스러운 소천과 아내의 산후우울증
4 그리고 지금입니다.
마지막 순간은 너무 많더라고요.
1 매년 말
2 부서 이동 전 마지막 날
3 퇴사 전 마지막 출근 날
4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
5 코칭이 끝나는 날
6 강의가 끝나는 시간
이 순간들이 가장 중요한 시간들이 됩니다. 그리고 이때 리더가 나에게 해준 행동과 그 행동이 나에게 준 영향이 가장 오랜시간 그 리더를 떠올리게 만드는 기억이 되죠.
이랜드를 퇴사할 때 '미안하다. 성장해서 빨리 다시와라' '응원할께 기도하자' 라며 응원해줬던 리더, 책을 선물하고 편지를 써준 후배들이 기억납니다.
'지금 퇴사하면 잘될까? 이랜드안에 있어서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거 아닐까?'라며 나를 응원해주지 않았던 리더도 기억에 남네요. 이분도 퇴사했는데 다른 회사에서도 리더십은 여전하시다고 합니다.
또 입사 5년차, 팀장 2년차의 장모님의 장례식 때 비서실장을 보내 가족을 직접 위로해주신 회장님과 리더로 발령받자마자 아내를 챙기기 위해 단 한 명이 있는 그룹 인재개발팀장의 역할을 내려놓고 현장으로 가겠다고 손을 든 저와 가족을 위해 가족 여행 비용을 모두 내주신 CHO님도 계셨고요. 퇴사하는 날 본인이 좋아하는 맛집들을 투어하며 하루종일 먹이고 손수 구입하고 포장한 선물을 주신 부회장님과 '퇴사하기 전에 마지막 조언하나 해주라'며 밥 사주시고 아내와 제 선물을 직접 골라주시면서 끝까지 속시원하게 제 마음 속 이야기를 하게 해주시고, 끝까지 들어주신 또다른 부회장님도 계셨더라고요.
리더를 어떻게 기억하나요?
그 기억이 회사에 대한 기억이 되고, 그 기억들이 모여 내 과거를 값지게 할 수도 있고 가치없게 만들기도 합니다.
16년 이랜드에서의 제 경험은 빡쎄고 힘들었습니다. 일랜드?라는 별명은 그냥 별명일 뿐, 16년을 평균 4.5~5시간 정도 자면서 일했거든요. 그런데 그 경험들은 지금 '내 성장과 성공의 습관과 시작을 만들어 준 시간' 이라는 기억으로 치환되어 있습니다.
아내와도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내가 이랜드를 16년 동안 다닌 이유가 뭘까?' 아내는 한마디로 제가 아무말 못하게 만들더라고요. '오빠를 지금의 모습으로 바꿔 놓으시려고 (하나님께서' 그렇게 만드신거지 않을까? 오빠 한 고집 하잖아.'
이게 맞더라고요. 제 성격대로 일을 시작하고 배웠다면 지금쯤 망나니가 되어 있을 겁니다. 교만하고 자제하지 못하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숫자만 만드는 사람으로 말이죠. 그런데 가치관과 성과 습관을 16년 배우고 가르치고 함께하는 동료들과 익히다 보니 이제는 지금의 제 모습이 더 익숙해 보인다고 합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경험
슬펐던 경험
고생했던 경험
속에서
내가 받은 긍정적인 영향들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그 기억들이 현재와 미래의 나를 다른 모습으로 그릴 수 있게 도와줄 거라 믿습니다.
#경험자아 #기억자아 #리더라면한번은만나게될이슈들 #데니얼카너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