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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리더십 _ 경쟁하지 말고 배워라.

by 그로플 백종화

나보다 높은 지위의 상사가 온다면

(부제 : 내가 최고가 되어야 할까? 내가 배우는 시간이 될까?)


이랜드에서 마지막 포지션은 엔터BU 인사실장이었습니다. 작은 5개의 법인을 책임지는 인사 Lead 였죠. 5명의 인사 팀장이 팀원이었고 5법인의 인사에 대한 전략과 책임을 지는 역할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그룹 인사위원회 인사팀장이자 부회장님의 비서실장이었고, 그 전에는 아동복 영업부서장, 그 전에는 그룹 인재개발 팀장이었습니다.


꽤 오랜 시간 리더를 경험하다가 스타트업으로 첫 이직을 했을 때 저는 팀원이었고, 제 직책은 '프로' 였고, 호칭은 '님' 이었습니다. 모든 구성원들이 프로였고, 리더는 매니저였죠. 이랜드 사람들은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한다고 하니 "임원으로 가요? 주식을 받고 가요?" 라고 물어봤지만 저는 "아니, 님으로 가는데?"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제 매니저는 저보다 7살 나이가 젊었고 경력도 제가 더 많았죠. 회사는 매달 1ON1 미팅에서 제게 디렉터의 포지션을 제안했지만, 저는 매달 거절을 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리더의 성장과 성공을 돕는 일'이지 '조직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었거든요.


그때 회사는 "종화님이 디렉터를 맡지 않으면 저희는 디렉터를 채용할 수 밖에는 없어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라고 걱정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상관없거든요. 이미 제 매니저도 저보다 많이 젊었는걸요. "네 ~ 디렉터 분이 오시면 그분이랑 잘해볼께요"


이랜드는 조금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리나 과장에게 리더십을 주고, 차/부장이 팀원으로 있는 경우도 있죠. 심지어 과/차장이 리더이고 임원이 스탭으로 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직급과 경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직책과 권한이 중요한 조직이었거든요. 저 또한 4년차에 인재개발팀장으로 발탁되어 성장의 기회를 얻었고, 그 이후로 수많은 선배 팀원분들과 함께 일을 했었으니까요.


그런데 유독 스타트업에서 자주 보게 되는 현상이 있습니다. 바로 Co-founder 또는 젊은 리더들이 자신의 직책보다 더 높은 직책으로 '누군가가 오는 것을 싫어한다' 는 것이죠. '퇴사하겠다. 내 주식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 라며 Founder를 압박하면서까지 말입니다.


저는 성장과 성공의 기회는 '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떤 경험을 하고,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라고 생각합니다.


포지션에 따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달라질 겁니다. 하지만, 만약 나보다 더 탁월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리더가 온다면 나는 '바로 옆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죠.


성장하던 스타트업이 갑작스럽게 무너지는 경우 중 하나는 '성장하지 못한 Co-founder 와 초기 멤버들이 회사의 주요 리더 포지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입니다. 그들이 회사의 성장과 함께 성장했다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나보다 더 탁월한 리더 바로 옆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나는 지금 배움의 기회를 얻고 있나요?

이 질문에 스스로 답변을 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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