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하지 못하는 나 대신 이해를 연습하는 내가 되는 방법
(부제 :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
저는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누군가 울 때 같이 울어주기보다는, 왜 울고 있는지, 그 감정의 배경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하는 사람인거죠. 영화를 보거나 힘들어 하는 사람을 볼 때 '슬퍼하거나 위로하기 보다는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에 먼저 에너지를 쓰는 사람인거죠.
그런데 요즘 주변 사람들은 제게 “공감해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해줍니다. 아내마저도 말이죠. 그런데 아내도 알고 있습니다. 아직도 저는 공감을 하지 못하고 그 순간 마음이 움직였다기보다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쓴 것에 가깝다는 것을 말이죠.
‘나는 내 생각을 빼고, 누군가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느껴본 적이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거의 없을 겁니다.
저는 ‘상황적 이해’를 잘하는 사람이고, 감정보다는 맥락을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서적 공감은 타고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상대의 마음에 감응하고, 그 감정의 결을 함께 느끼는 반면 저 같은 사람은 머리로 그 상황을 해석하며 감정을 추론하죠.
그렇다고 해서 제가 냉정한 사람은 절대 아닙니다. 따뜻하지만, 단지
감정보다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머리가 먼저 움직이는 것 뿐인거죠.
그래서 오랫동안 상황적 이해를 정서적 공감과 같은 속도로 할 수 있도록 연습해왔습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존재인 아내가 '정서적 공감'에 강점을 가지고 있거든요. 타인의 감정, 생각, 행동의 이유를 분석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을 학습하고 감정의 언어 대신 이해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고, 지금의 상황을 파악하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제 강점이 되었고요.
정서적 공감은 아직도 제게는 어려운 영역입니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것을 머리로 이해는 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처음 연습을 할 때 아내도 '로보트 같다' '노력한다' '딱딱하다' 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공감해 줘서 고맙다' '진심이 보인다' 라는 말을 자주해주죠. 이제는 정말 공감의 속도와 비슷하게 머리가 이해하고 행동으로 연결되는 속도가 비슷해 진 것 같습니다.
여전히 타인의 감정을 자신의 내면에서 느껴보는 것, “그가 얼마나 답답했을까. 나라도 그랬을 거야.” 이런 감정적 문장을 저는 자주 사용하지 못합니다. 아직까지도 ‘그 마음을 느낀다’는 말이 어딘가 멀게 느껴지죠.
아마도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이해’를 우선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저는 늘 상황을 관찰하고, 이유를 찾고, 원인을 분석하고, 패턴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대신 '내 생각이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을 놓치 않으려고 합니다.'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저 자신이 이상한 모습이 되어 버릴 것만 같거든요.
그 과정이 따뜻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내 따뜻함은 감정보다는 이해의 형태로 나타날 뿐이라고 생각할 뿐이죠.
그래서 저는 ‘상황적 이해’를 연습합니다. 리더십을 오래 공부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리더에게 필요한 건 '공감만도, 이해만도 아닌 ‘공감적 이해(Empathic Understanding)’라는 사실입니다.
즉, 감정에만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구성원의 상황과 마음을 읽어내고 이해하려는 균형 감각이 필요한거죠.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라고 생각하며 상황을 이해하고, “그 마음이 그럴 수 있겠다”고 느끼는 공감.
그 두 가지가 함께할 때 리더는 팀원을 신뢰할 수 있더라고요.
이 리더십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훈련된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연히도 그것을 연습했을 뿐인거죠.
제 연습의 도구들은 간단합니다.
MBTI, StrengthsFinder, DISC, 기질, 커뮤니케이션, CPI 같은 심리 진단 도구들을 배웠고, 이런 것들은 단순히 분류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관찰의 언어로 사용해 왔습니다. 배움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나만의 언어와 구조로 바꿔서 가르치고, 사람들을 분석하면서 정리했습니다.
심리학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고, 결국 코칭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코칭을 배우면서 ‘질문이 이해와 공감으로 가는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코칭이 제가 가진 타고난 재능과 반대되는 리더십이라는 것도 우연히 알게 되었죠.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만나고 있습니다. 내향형이지만, 나를 만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가능하면 시간을 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고민을 듣고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구분하고, 말과 행동의 이면을 읽고, 행동의 맥락을 분석하는 시간들을 통해서 또 다른 패턴이 제게 들어오는 시간이 되거든요. 그건 단순한 대화의 시간이 아니라, 나만의 방식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연결되는 훈련이 되더라고요.
이해가 공감이 되고, 공감이 이해가 됩니다.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공감은 꼭 감정적으로만 해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죠. 이해를 통해서도 공감에 닿을 수 있고, 공감을 통해서 이해를 할 수 있음을 말입니다.
내가 느끼는 공감은 가슴보다는 머리에서 시작되지만, 그 과정의 끝에는 언제나 마음이 따라 가고 있더라고요. 상대방은 그걸 느끼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해는 공감이 되고, 공감은 이해가 됩니다.
이해와 공감은 결국 상대를 향하는 마음의 길일 뿐이더라고요.
저는 그 길을, 나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걷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제 47살이 되었고, 2달이 있으면 48살이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나를 새롭게 알게 되고, 타인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게 된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조급해 하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 가는 방법을 찾아가게 되더라고요.
성숙해 지고 있는 중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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