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 리더십 _ 미생과 김부장의 리더십과 조직문화

by 그로플 백종화

미생과 김부장

(부제 : 서로 다른 성장이야기)


최근에 드라마 <미생>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비교하며 보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전편을 모두 보지는 못했지만, 기억나는 장면들을 대입해 보니 두편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공통점과 차이점들이 꽤 많더라고요.


미생에서는 일의 의미를 찾아가는 팀의 성장과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해 가는 커리어의 성장을 찾을 수 있었고, 김부장에서는 실패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인격적으로 성숙되어 가는 성장을 찾게 되더라고요. 조금 더 기업과 직장인의 현실적인 모습은 미생에서 많이 볼 수 있었고, 김부장은 한 명의 주인공을 더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기 위해 다른 캐릭터들이 희생하는 듯한 만화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1 일의 의미와 자신의 커리어를 찾아가는 성장 : <미생>


<미생>에는 두 가지 성장 서사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인턴과 신입사원들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특히 고졸 인턴인 장그래가 오상식 팀장과 선배, 동료들과 함께 비즈니스맨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그래는 다른 동료들과는 다른 회사에서 뽑을 수 없는 스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정받지 못했죠. 하지만, 회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묻고 배우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스스로 고민하여 답을 찾으려 노력합니다.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커리어 성장의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물론 현실보다 빠른 성장의 모습이지만, 대기업에는 그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 S급 인재들도 많이 있기에 그리 어색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또 다른 축은 팀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오상식 팀장이 이끄는 영업3과 팀은 초반에는 각자의 능력으로 맡은 업무를 처리하며 개인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팀원 중 한 명의 비리가 드러나고, 그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팀 전체가 회사와 동료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위기를 맞습니다. 혼란스러운 순간, 팀원들은 서로 다른 의견들로 충돌하기도 하지만, 결국 공동의 목표를 찾으며 함께 가장 잘할 수 있는 하게 됩니다. 다른 팀과 임원들의 비난을 이겨내며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게 의사결정을 받아낸' 힘의 원천은 다름 아닌 “우리 회사가 일을 하는 이유”를 다시 고민한 데 있었더라고요. 처음 이 드라마가 방영될 때는 보지 못했던 부분을 이제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상사맨(직장인)들이 매일 반복하는 업무 뒤에 어떠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를 재발견하고, 그 발견을 경영지과 임원들 앞에서 발표하고, 팀의 일과 연결시킨 것이죠. 재미있게도, 그 일의 의미를 처음 짚어낸 사람은 막내 인턴인 장그래였습니다. 장그래의 한 마디 제안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를 오상식 팀장은 자신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그 일의 가치를 깨닫고서 용기를 내어 윗선 임원들을 설득해 냅니다. 그리고 선배 대리와 과장이 구체화하며 하나씩 결과물들을 만들어 냈죠.


처음 <미생>을 볼 때는 장그래라는 개인의 성장이 가장 눈에 들어왔고, 또 오상식 팀장이라는 이상적인 리더의 모습에 감탄했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팀원 모두가 시행착오를 겪고 서로에게 배우면서 팀 전체가 성장하는 모습이 보이더고요. 개인의 성장 뒤에는 결국 리더와 팀의 성장이 함께한다는 사실을 <미생>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성장한 팀은 자신들의 이름으로 작은 회사를 시작했고, 자신들이 나온 회사와 협업을 할 정도가 되었고 말입니다.


2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성장 : <김부장>


<김부장>에서는 인간적으로 성숙해지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초반의 김부장은 승진을 열망하고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안달이었습니다. 팀원의 비싼 명품 가방을 따라 사보는 허세도 부리고, 임원인 상무에게 잘 보여 하루빨리 진급을 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정작 팀원들의 성장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드라마가 끝나갈 때까지도 그의 팀원 3명은 제자리걸음이었고, 평가 시즌에는 승진이 누락되던 자신의 동기 과장에서 좋은 평가를 몰아주기 위해서 팀원들에게 평가를 양보하라고 상처를 주기도 했죠.


하지만 김부장은 결국 승진도 못 해 본 채 회사를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승진을 버리고,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지키려고 했었던 결정이었습니다. 인간적인 마음이 승진이라는 욕심을 앞서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죠. 구조조정 명단을 작성하는 일을 '그건 일이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목적과 의미를 상실한 과업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저 또한 비슷한 아끼던 돈을 날리는 분양 사기까지 당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립니다. 말 그대로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절벽 끝에 몰린 셈입니다. 그제서야 그는 처음으로 대기업 ‘김부장’이 아닌 김낙수라는 한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김부장은 그 충격적인 실패를 통해 뒤늦게 몇 가지 깨달음을 얻기 시작합니다. 명함에서 회사 이름과 직책을 떼고 나니 자신에게 남는 게 없다는 사실이 가장 큰 깨달음이었죠. 그는 회사에 다니는 동안 자신만의 이름을 알리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과거에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큰 성공을 거뒀을 때도, 성과를 자기 공으로 삼지 못해서 주변 동료들조차 그 성과가 김부장의 업적이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어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면서도, 김부장은 한때 자신이 뭐든 잘할 수 있고 다 알고 있다고 착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만에 빠진 순간 배우려 하지 않고, 더 잘 아는 사람들에게 묻거나 도움을 구하지 않게 되죠. 결국 건물에 대해 잘 아는 친구에게 한 마디 조언을 구했다면 피할 수 있었을 법한 사기를 그대로 당하고 맙니다.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모든 것을 잘할 수 없다는 것을 비로소 인정합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며, 이제야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 나서기 시작합니다.


드라마의 결말에서 김부장은 늦었지만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새 출발을 다짐합니다. 다만 끝까지 아쉬운 것은, 김부장의 팀원들은 여전히 성장하지 못한 채 남아 있다는 점입니다. 함께 성장하기보다 김부장 혼자만 뼈아픈 교훈을 얻고 변화했을 뿐이니까요.


3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위해

전문가로서의 성장, 커리어에서의 성장, 인격적인 성장은 각각 모두 중요합니다. 두 드라마가 보여주듯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쉽지 않은 시간 속에서 성장하는 사람과 성장이 멈춘 사람이 언제나 존재하더라고요. 성장하는 사람들은 현재보다 미래에 조금 더 나은 오늘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장이 멈춘 사람들은 미래가 더 어렵고 힘들 수 밖에는 없죠. 시장과 경쟁은 더 치열해 질 수 밖에는 없으니까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성장하는 경험이 있었기에 장그래도, 오상식 팀장도 빛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부장 역시 뒤늦게나마 자신을 돌아보고 변화했지만, 제게는 주변의 동료들이 함께 성장하지 못한 부분은 끝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결국 조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주변에 성장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야 나도 성장할 수 있고, 또 내가 성장하려고 노력해야 그런 사람들도 내 주변에 모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리더십은 '누군가의 성장과 성공을 의도적으로 도울 수 있는가?' 로 귀결되고, 제가 좋아하는 조직문화는 '함께하는 동료들의 성장 습관' 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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