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입 리더십 _ 무능력하다의 오해

by 그로플 백종화

‘무능력하다’에 대한 오해


1 학생에게 ‘무능력하다’는 말의 의미


학생에게 “무능력하다”라는 말은 대부분 성적이 좋지 못하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현재 요구되는 학습 수준을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시험 성적은 지금의 학년, 과목, 난이도에서 요구되는 이해력 / 분석력 / 문제 해결 방식을 아직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신호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생에게 성적은 “어디를 보완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피드백”이 됩니다. 딸의 모의고사 성적표를 보면 그 부분을 알 수 있더라고요. 어떤 과목에서는 기본을 틀렸는지, 난이도가 높은 부분을 많이 틀렸는지를 보며 다음에 어떤 학습을 하면 따라갈 수 있겠구나를 A,B,C,D라는 각 문제별 특징으로 구분해 주거든요.


그런데 학생들은 학년이 올라가면 시험은 어려워지고, 과목은 늘어나며, 요구되는 사고 수준도 자연스럽게 높아집니다. 아이는 그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결국 자신의 학습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는 거죠. 그래서 학생 시절의 ‘무능력’은 대부분 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아직 맞는 학습 방법과 습관을 찾지 못한 상태를 의미합니다.


2 직장인에게 ‘무능력하다’는 말의 의미


직장인에게 “무능력하다”는 말은 조금 다르게 쓰입니다. 직장에서 무능력하다라는 말은 보통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지 못한다, 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입니다. 마케팅 담당자가 매 분기 캠페인을 기획해야 하는데, 늘 일정이 늦어지고, 실행 품질도 들쑥날쑥합니다. 결과적으로 매출이나 고객 반응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때 조직은 그 사람을 두고 “일을 못 한다”, “역량이 부족하다”라고 말하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단순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직장인은 학생과 달리 선택권이 많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난이도가 낮은 업무를 선택할 수 있고, 이미 익숙한 일만 반복할 수도 있습니다. 성과가 눈에 잘 보이는 일, 리스크가 적은 일만 골라서 할 수도 있죠. 심지어 이직을 통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편안한 문화’만 찾아다닐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선택을 반복하다 보면, 스스로를 무능력하다고 느낄 일은 거의 없습니다. 주어진 일은 잘 해내고 있으니까요. 평가도 나쁘지 않고, 목표도 대부분 달성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그 사람이 유능해지고 있는 걸까요?


3 학생과 직장인의 ‘무능력’은 무엇이 다른가


학생의 무능력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험의 난이도가 올라가고, 그에 맞춰 학습 역량을 키우지 못하면 성적이 떨어집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대부분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요구되는 레벨에 맞는 학습 방법과 습관을 업데이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직장인의 무능력은 훨씬 교묘합니다. 직장인은 스스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어려운 일을 피하고, 쉬운 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 대신, 이미 알고 있는 방식으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내가 잘 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는 회사나 부서로 이동이나 이직을 할 수도 있죠.' 그래서 직장인에게 “무능력하다”라는 말은 단순히 ‘일을 못 한다’로는 부족합니다. 여기에 반드시 하나가 더 붙어야 합니다.


‘조직에 기여하지 못한다’

쉬운 일, 이미 알고 있는 일, 결과가 뻔한 일을 반복해서 해서는 성장하지 않습니다. 지식도 그대로, 경험도 그대로, 일하는 방식도 그대로입니다.

단지 목표만 쉽게 달성했을 뿐이죠. 그래서 스스로는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체된 상태에 가깝습니다.


한번 시선을 조직 밖으로 돌려보면 더 분명해집니다. 내 팀, 내 회사가 아니라 시장으로 나가서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됩니다. 얼마나 다르게 일하고 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고 있는지, 얼마나 더 큰 영향력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말이죠.


조직은 언제나 어려운 목표를 향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불확실성의 시대이기 때문에, 조직은 생존을 위해 성장해야 하고, 성공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조직이 쉬운 목표, 이미 달성해 본 목표만 계속 잡을까요? 그럴 리 없습니다.


조직이 목표를 레벨업하면, 개인의 목표도 함께 레벨업되어야 합니다. 그 순간부터 이전보다 더 어렵고, 더 중요하고, 더 불편한 일들이 내 일이 됩니다. 그리고 그 과업들은 기존의 지식과 경험, 기술과 도구, 일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직장인에게 ‘무능력하다’는 말은 ‘이전에 하던 목표를 그대로 하고 있다’는 말이고, ‘이전에 알던 지식과 기술, 일하는 방식에 변화가 없다’는 말입니다.


요즘 시대는 그런 시대입니다. 능력이 고정되어 있는 시대가 아니라, 계속 변화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무능력이 되어버리는 시대 말이죠.


‘무능력하다’는 말이 무서운 이유는, 그 말이 타인의 평가이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변화를 멈췄다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미래 내 커리어의 성장과 안전을 위협하고 선택권을 축소시키는 것이 될 수 밖에는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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