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함의 두 얼굴
(부제 : 성실함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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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실함을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고 수행하는 태도”라고 정의합니다.
약속을 지키고, 책임을 피하지 않고, 일이 생기면 먼저 해결하려는 사람이죠. 그래서 지금까지 제게 주어진 과업을 거부해 본 사례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이런 사람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조직은 이런 사람들을 많이 필요로 합니다.
문제는 성실함 자체가 아니라 그 성실함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느냐입니다. 성실함이 방향 없이 사용하면 조직의 일하는 시스템과 구조, 그리고 동료의 성장이 막히기 때문입니다.
2
조직에서 성실함이 작동하는 방식을 생각해보면 조금은 더 빠르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조직은 구조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구조는 이렇게 작동합니다.
-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일이 몰립니다
- 거절하지 않는 사람에게 급한 요청이 몰립니다
- 불평없이 늦게까지 남아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과업이 주어집니다
리더와 조직 입장에서는 너무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저 사람은 맡기면 믿음이 간다.”
이 말은 칭찬처럼 들리지만 동시에 그 사람에게는 더 중요하고 급하고 많은 일이 배정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성실한 사람은 이 구조를 거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어진 일과 책임에 더 잘하려고 반응하죠. 하지만 지금 이 순간부터 성실함은 개인과 조직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하는 구조로 바뀌게 됩니다. 성실하면 성실할 수록 개인도 소모되고, 조직의 속도와 성장이 막히게 되는 거죠.
3
성실한 사람들이 무너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성실함이 곧,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하고, 묻고 피드백할 수 있는 여유를 잃어버리게 만들기 때문' 입니다.
제가 조직에서 만난 많은 인재들은 성실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리더와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먼저 평가하고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만 골라서 하는 구성원과 다르게 '성실한 인재는 회사와 고객, 동료를 위해 어떤 업무든 맡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무너진 사람들의 특징은 간단헸습니다.
- 요청이 오면 거절하지 않고
- 일이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려 하고
-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떠안습니다
처음에는 이 행동들이 많은 사람들이게 인정받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일은 쌓이고 지식과 스킬 그리고 초기의 총명함을 잃어버리고 말죠. 그럼에도 조직은 '성실한 구성원에게 계속 일을 맡깁니다.' 그 사람이 지금까지 항상 해냈기 때문입니다.
그의 성실함은 '중요하고 급한 일을 독점하게 만듭니다.' 그만큼 다른 동료들은 중요하고 급한 일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죠.
일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는 비즈니스에서 중요하고 급한 일을 맡지 못한다는 것은 곧 '성장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성실한 사람은 자신이 시스템이 되려고 합니다. 자신이 다 해결하려고 하고, 다른 동료에게 자신의 과업을 주려고 하지도 않죠. 그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조직은 서서히 멈추게 됩니다.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지도 못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도 못하고
더 탁월한 구성원들이 성장하지도 못하는 조직으로 말입니다.
#성실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