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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플 백종화 Aug 04. 2022

MBTI 책을 쓰다가

1. 왜 MBTI 인가요?



MBTI를 처음 접해봤던 시기는 대학생 때 였습니다. 어느때 처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제공해 줬던 진로 탐색 프로그램을 경험했었죠. 그때는 ESFJ가 나왔었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졸업 전에 합격했던 이랜드 인턴십 과정에서 ESTJ가 나왔고, 졸업 후 신입 입문 과정에서 나왔던 결과는 ISTJ 가 나왔죠. 제 인생에서 MBTI는 총 3가지 였습니다. 그리고 2007년부터 인재개발팀에서 신입입문과정 팀장을 맡은 이후로는 MBTI로 직원들을 관찰하고, 워크샵을 진행하는 강사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MBTI를 제대로 학습하지 않은 상태에서 워크샵을 진행했었고, 깊이있는 이해를 공유하기 보다는 서로 다르다는 부분과 재미를 강조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에 저와 함께 워크샵을 했었던 신입사원들에게 참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더라고요. 잘못된 이해를 강사가 공유해주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죠.



그 이후 MBTI는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준 도구가 되었습니다. 이랜드는 MBTI 외에도 Strngthsfinder라는 갤럽의 강점 도구를 비롯하여 COMM. Style, DISC 등의 다양한 진단도구를 통해 개인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그 분석된 데이타와 함께 각 직무와 직책에 맞는 적합도를 연결해서 코칭과 피드백, 발탁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천명의 직원들과 수백명의 리더들의 특징과 직무와의 연결성을 확인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고, 코칭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죠. MBTI를 전문적으로 사용하는 전문가 중에서도 워크샵이나 강연을 하는 시간 외에 MBTI를 임상으로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수없이 많이 경험해 보게 된 것이죠.



이때 느낀 것은 ‘사람마다 너무 다르다.’ 와 그 ‘다름 속에 패턴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MBTI를 16가지 유형으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MBTI Form M은 93가지의 문항으로 소수의 패턴화 되어 있는 결과를 얻게 됩니다. 그런데 144가지의 문항으로 되어 있는 Form Q로 진단을 하게 되면 우리는 16가지 패턴이 아닌, 50억개가 넘는 데이타를 보여준다는 것을 알수 있게 됩니다. (그것은 각각의 유형별로 5가지의 구체적인 행동 특징을 보이고 이 5가지를 하위 척도라고 부릅니다), 이 행동 특징이 유형별로 다르게 보여지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ISTJ 라고 하더라고 동일한 ISTJ가 나올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MBTI를 사용해 왔지만 아직까지 저와 동일한 MBTI를 가진 사람을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 그 증거 중에 하나입니다. 그만큼 사람은 다르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개인의 고유한 특징을 찾아주는 Form Q로 진단하게 되면 프로파일 처럼 개인의 고유한 특징 들을 찾아낼 수 있게 됩니다. 전문가를 통해서 한번 진행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저도 모든 워크샵과 MBTI 코칭은 Form Q로 진행을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MBTI는 그 다름 속에서도 패턴을 보여줍니다. 그 패턴들을 이해하게 되면 나를 조금 더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조절할 수 있게 되고, 나의 성장의 속도를 내가 정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제가 MBTI를 사용하는 이유는 가장 쉽게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도구이자, 고민하면 고민할 수록 깊이있는 나를 찾아갈 수 있는 도구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와 가족이 같은 언어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DISC나 강점도 좋은 도구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도구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이해하는 시간이 먼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MBTI는 제 중학생 딸과도 바로 대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보편화 되어 있거든요.



그리고 MBTI는 지금도 연구가 지속되고 있어서 시간이 갈 수록 더 깊이있는 지식을 공유해 줄 수 있기도 합니다. 제 딸도 2020년 이후로 매년 종단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발달 과정 속에서 어떻게 MBTI가 변화하는지를 추적검사하는 것이죠. 수년 후 우리는 미국이나 해외에서나 보던 긴 시간 동안의 종단 연구의 결과를 MBTI를 통해서 볼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2. MBTI도 정답은 아닙니다. 



그런데 무조건 타고난 성격대로 해야하나? 반대의 방식으로 성공할 수는 없을까? 라는 질문이 문득 들어오게 되더라고요. 야구 선수를 예를 한번 들어볼께요. 전세계적으로 왼손잡이는 10% 정도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야구 선수 중에 왼손 투수는 30% 정도 되고, 어떤 팀이든 같은 역량이면 왼손 투수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줍니다. 150KM를 던지는 왼손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야구에서는 오른손보다 왼손 투수가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자주 접하기 어려운 왼손 투수들을 만날 때면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 하기도 하고, 자주 접할 수 있는 오른손 투수와는 공의 회전 등이 반대로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야구라는 직업과 투수라는 직무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려면 왼손으로 연습해서 왼손투수가 되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우리가 잘 아는 류현진 선수가 바로 그 예가 됩니다. 야구선수로 세계 최고 중 한 명인 류 선수는 왼손 투수입니다. 그런데 타석에 설 때는 오른쪽 타석에 서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원래 류현진 선수는 오른손잡이인데,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훈련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야구에서 왼손투수가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강점에 맞게 살아야 해.’ ‘MBTI 유형대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해.’ 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면 류현진 선수는 어릴 적부터 타고난 특징인 오른손으로 훈련하고 공을 던졌어야 합니다. 물론 오른손 투수로 더 큰 성공을 거두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와는 반대로 타고나지 않은 왼손을 훈련했고 지금의 성공을 거두었죠. 내가 타고나지 않은 다른 부분을 강화해서 성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합니다. LG 트윈스의 유격수이자 주장인 오지환 선수도 오른손 잡이로 수비할 때 공은 오른손으로 던지지만 타석에서는 왼쪽에서 합니다. 이유는 왼손 타자가 1루에 더 가까워서 출루 확률이 더높기 때문이죠.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인 나달 또한 오른손 잡이이지만 왼손으로 라켓을 쥐고 경기에 임합니다. 이유는 야구와 동일하게 왼손 선수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죠. 



MBTI에서 나의 유형을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처럼 타고난 특징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른손 잡이로 타고난 사람을 ISTJ 라고 대입해 볼 때 내향 (I) 감각 (S) 사고 (T) 판단 (J) 가 각각 오른손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외향 (E) 직관 (N) 감정 (F) 인식 (P)의 특징들이 왼손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ISTJ의 행동과 생각은 익숙하고 편안하고 잘 할 수 있지만, ENFP의 행동과 생각은 불편하고 어렵다고 여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ISTJ가 반드시 ISTJ의 패턴대로만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인 ENFP의 행동과 생각을 훈련하고 연습하면 류현진이나 나달처럼 성공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 이기도 하죠. 단 반대로 훈련해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는 있습니다. 오른손 잡이가 오른손으로 1시간 훈련할 때와 같은 강도와 시간으로 왼손을 훈련할 때 어떤 손이 더 단련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쉽습니다. 



일을 할 때도 동일합니다. 일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그 일을 잘하는 다양한 방정식을 찾아내는 것이고, 그 방정식을 내가 가진 강점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하지만, 내가 가지지 못한 약점, 내가 조금 불편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학습하고 훈련하면서 강화시킬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일을 잘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 그것만 우리가 인식할 수 있다면 조금은 다양하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MBTI 책을 쓰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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