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서의 피드백
어제는 강력한 피드백을 한방 맞았습니다. 사실은 17년 전에도 동일한 피드백을 받았었는데 잊고 있었지만요.
17년 전 김해내외 동에서 출장을 하고 있을 때, 목이 이상해서 근처에 있는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간단한 진료를 받고 출장을 이어가려고 했는데, 결과는 '큰 병원에 가서 입원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라는 처방이었습니다.
몸은 너무 튼튼했는데, 갑자기?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병원의 진단을 받고 바로 휴가를 내고, 비행기로 올라와 한림대 병원에 4일간 입원을 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몸도 튼튼하고, 겉으로 드러난 내 모습도 너무나도 건강했지만, 아주 작은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고, 그 작은 문제가 어쩌면 죽음으로 연결될 수도 있었거든요.
어제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목요일까지 일에서도 삶에서도 너무나도 즐겁게 일정을 소화하고 집으로 돌아와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새벽 3시에 눈을 떠보니 목이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모든 신경이 예민해 져서 목을 분석해보니 숨쉬기가 조금 힘들다? 목이 너무 따끔거린다? 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와중에 금요일 일정 때문에 잠을 자야겠다는 신념으로 수면 유도제를 먹고 잠시 일을 하고 ㅎㅎ 잠을 잤습니다. 그리고 아침 8시.
더 이상은 안 될 것 같아 오전 일정을 취소하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받은 결과는 '아우야 ~ 이게 뭐야 ~ 어우 ~' 이런 리액션을 해주시던 점잖은 선생님의 모습이었습니다.
병명은 후두염이었지만, 심각하게 기관지까지 막아버릴 정도로 목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부어있더라고요. 나 혼자서 판단하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의 의견으로, 그리고 실제 목 상태를 눈으로 보니 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일단 스테로이드 주사 등 2개의 주사와 약 처방을 받고, 오늘 새벽에도 동일하게 숨쉬기가 불편하면 바로 응급실로 가야 한다는 다음 액션에 대해서도 받았습니다.
17년 전과 같은 몸 상태, 비슷한 처방.
나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관점에서 더 전문가의 관점에서 나를 들여다 보면 조금 다른 처방을 받게 되고, 그 사후 행동까지 연결이 되더라고요.
오후 1 ON 1 일정들까지 모두 취소하고 오로지 쉼과 회복의 시간을 가지고 나니, 저녁이 되어서 목의 붓기는 거의 사라졌고 작은 통증들만 남게 되네요.
단, 하루 동안 말을 하지 않고 잠시 묵언을 했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줄 몰랐고, 처음으로 당일로 예정되어 있는 약속을 취소하면서도 죄송하다는 마음보다 감사하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제게는 참 신기한 경험들이었고요.
숨이 쉬어지지 않아 이러다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그 와중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와 일을 할 수 있는 튼튼함도 있었고요.
내가 나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저였지만.
2번의 번아웃과 아주 작은 병이었지만 2번의 생사의 기로를 경험하면서 내가 나를 잘 모르는 것이 많고, 내가 나를 모르는 것들은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리스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때마다 도와주는 주변분들, 전문가 분들이 계셨고요.
그래서 언제나 '내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삶 속에서의 피드백을 통해서 오늘도 즐겁게 시간을 보내봅니다. ^^
참, 지금은 목도 70~80%는 회복되어서 노래와 긴 이야기 빼고는 다 할 수 있습니다. 아마 다음주 월요일 부터는 전처럼 회복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