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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리더십 _ 퇴사하면 보이는 것들

by 그로플 백종화

퇴사하면 보이는 것들



1 두번의 퇴사를 경험하며 느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 환경의 영향을 뺀 '오로지 내 이름'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이죠.



2 16년 다녔던 첫 직장을 퇴사할 때 가장 오랜 시간 나의 리더로 있어주셨던 부회장님과 퇴사전 식사를 하는 시간, '퇴사하면 많이 성장하더라. 성장해서 빨리 돌아와,' 라는 격려를 받았습니다. 또 다른 부회장님과 식사에서는 '이랜드에서 배웠던 것들, 해왔던 일들을 잘 생각해 보면 그곳에서 너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을거야.' 라는 조언을 들었죠. 그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3 그리고 그 말의 의미를 16년 다녔던 안정적인 직장을 퇴사하고 새로운 직장으로 출근을 했을 때 알게 되었습니다. 16년동안 근무했던 회사는 제게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 줬습니다. 모르는 사람도 없고, 내가 어떤 성격인지 어떤 과업을 수행하는지 알고 지원을 해주셨었거든요. 교육팀장, 인사팀장과 인사실장, 그리고 부회장의 비서실장까지 주요 직무를 경험해 왔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내가 잘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퇴사하고 보니 내가 잘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저 내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힘을 가지고 있었던 것 뿐이더라고요.



4 계열사 CEO, 그룹의 주요 임원분들과의 소통에서도 내 의견을 많이 반영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내가 잘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그룹의 NO2의 비서실장을 오래 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력보다는 자리의 힘이었고, 내 힘보다 내 뒤에 계신 리더의 힘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5 첫 직장을 퇴사하고 132명이라는 크지 않은 기업에서 근무하며 느낀점은 이곳은 '내 과거가 먹히지 않는 조직' 이라는 것입니다. 몇 몇 이랜드의 후배들도 있었지만, 이곳은 새로운 직장이고 새로운 룰과 새로운 리더십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죠. 퇴사하고 보이는 첫번째는 바로 '내가 가진 실력' 입니다.



6 내 민낯을 보는 순간이 그리 달갑지는 않습니다. 이전까지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도 내가 가진 실력으로만 진행하려고 할 때는 10배 20배의 힘과 노력, 시간이 들거든요. 이 시간을 포기했다면 저는 다시 이랜드로 들어가야 했을 겁니다.



7 하지만 6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두 분의 부회장님들이 해주신 말들이 새롭게 와 닿는 경험들을 하고 나니 조금씩 힘을 갖게 되더라고요. 내가 16년 동안 배워왔던 것들, 경험해 봤던 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구성원들에게 소개하고 그 중에서 우리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금요일 오전 1시간 30분 동안 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고 가르치는 시간이 아닌 자발적 참여를 통한 공유의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8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들을 하나씩 공유하면서 회사 안에서 나를 브랜딩하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었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과업들을 수행하면서 내 실력을 증명하는 시간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종화님 한테 물어봐~' 라는 동료들의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죠.



9 6년째 SNS에 매일 글을 쓰고, 21년부터 3권을 책을 내고 (올해 2권의 책이 더 나오네요),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을 가능한 공유하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미리 나를 브랜딩하고 내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 두려고 말이죠.



10 퇴사를 하면 성장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대신 그 시간은 나의 민낯을 보여주는 시간이고, 그 민낯을 하나씩 하나씩 꾸미고 가꾸며 브랜딩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죠.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렵고 백지에다 새롭게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이겨냈을 때 성장이라는 열매는 맺게 되는 것입니다.



11 퇴사를 경험해 보세요. 그럼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힘들고, 어렵고, 외로울 수도 있지만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는 동료와 힘을 갖게 된다면 그 만큼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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