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저는 여유없는 비즈니스의 삶을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유지했었습니다. 평균 수면시간 4.5h 정도 되고, 365일 일하는 것을 즐거워 했었거든요. 출근은 5일이지만, 언제나 집에서 일을 해야 돌아오는 5일을 버틸 수 있었던 시간입니다. 아내 말로는 잠자는 제가 숨을 쉬고 있는지 매일 새벽에 체크했었던 시간이라고 이야기 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냥 일이 재미있었고, 일을 하면서 만들어져 가는 다양한 결과물들이 좋았던 시절이었고, 회사와 리더도 내 역량보다 더 큰 기회와 과업을 주는 시기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시간입니다. 돌아보면 제 성과 습관의 99%가 만들어진 시간이기도 하고, 현재 제 경험의 절반 이상이 채워진 시간이기도 합니다. 부족했던 것은 단 하나 '여유'였고요. 여행을 가서도 일을 해야 했고, 부동산 계약을 할 때도 저는 옆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고, 계약은 가족이 했었으니까요. 그 당시 제게 주어진 여유는 단 하나, 저녁 10시 즈음의 스쿼시 운동할 때 뿐이었습니다.
여유없는 몰입으로 16년을 성장하고 보니, 어느순간 제 삶에서 일을 제외하고 남아 있는 것이 많지 않더라고요. 다행히 가족은 남아 주셨지만요. 그런데 스타트업으로 이동하고 나서 처절하게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여유없이 일하던 그 많은 시간들 중에 '낭비되는 시간들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었죠. 스타트업에 와서는 제 시간의 60% 정도만 업무에 사용했습니다. 그래도 이전보다 더 성과를 낼 수 있더라고요. 비교해 보면 과거의 내 시간 사용의 70~80%는 의미없는 보고서 작성 시간, 회의 시간, 미팅 시간 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에서의 제 시간에서 의미없는 시간은 10~20%도 안 되더라고요. 오로지 내 과업을 더 잘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실행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그렇게 몰입의 방법을 바꾸고 나니 남는 시간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칼퇴를 해도 생산성이 매번 증가하는 것을 보며 점심 시간과 퇴근 후의 시간을 학습하고 네트워크를 만드는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가족에게 들은 칭찬이자 비난은 '백종화 일의 총량의 법칙' 이라는 것이었는데요. 일하는 시간은 줄었지만, 어찌 됐건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서 '사용하는 총 시간은 동일하다.' 라는 것이었죠. 하나 증명된 것은 노는 것을 정말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조금 씁쓸하긴 하네요. 다행인 것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고 나서 주말 시간에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이 줄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공부하는 시간이 조금 늘기도 했지만, 이제는 가족들과의 시간을 조금 더 자주 갖게 된 다른 여유를 가지게 되었죠.
내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조금 더 다른 여유를 갖게 되었습니다. 아침과 저녁 시간에 갖는 30분의 멍때리기 여유, 여름 1주일 겨울 2주일이라는 내가 정한 안식 기간의 여유, 매월 하루 평일에 시간을 비워두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는 여유, 매주 4~5번은 가족과 함께 커피를 마시고 가끔 브런치를 마시는 예측되지 않는 여유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여유가 생기니 좋은 점은 '체력과 건강, 정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과 함께 '일과 가정, 일과 사람을 함께 보는 시야'가 생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유없을 때는 내 눈앞에 있는 것만 쫓았는데, 여유를 내 시간에 포함시켜 놓으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내 영향이 조금 다른 영역으로 넓어지더라고요.
어제는 한 달에 하루 쉬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백만년만에 처음보는 분에게 식사 하실래요? 라고 요청도 해봤고, 가끔 만나 서로의 일과 삶을 나누는 부부 경영자분들과 만나 수다도 했습니다. 교육담당자 통화와 화상 미팅도 3번 있었지만 뭐 . . . 그건 즐거운 시간이니까요. 오늘은 고등학교 친구들 3명이 저희 집 근처로 놀러옵니다. 오후에 부산 출장을 가는 저를 위한 배려죠. 아내는 '백종화 오늘 좋겠네. 언니들 와서' 라며 은근 질투를 합니다. 오늘 오늘 친구들이 모두 여자들이라서요. 친구들인데 모두 저를 동생대하듯 하는 친구들이죠. 고등학교가 남녀 합반이었고, 남자 친구는 일정상 못온다 하여 여자 친구들만 모이는 겁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2박 3일로 부산 출장을 갑니다. 당일치기로 해도 되지만 항상 부산 출장은 하루 전에 가서, 하루 후에 돌아오는 일정을 가지려고 합니다. 이유는 '여유' 때문이죠. 저는 매일 매일 수많은 경험과 지식들을 머리 속에 집어넣고, 또 꺼내기도 합니다. 매일 글을 쓰고, 출간 준비를 하기도 하죠. 그런데 여유가 없으면 아마 머리가 터지지 않을까요? 바쁜 만큼 여유를 갖어야 하더라고요. 광안리나 해운대 였으면 좋겠지만, 제 출장지는 언제나 부산 서부에 있는 명지라서 바다 구경은 못하고 호텔에 콕 박혀 있다가 옵니다.
20년 차 비즈니스인으로 살아보니 여유는 생기지 않더라고요. 저는 내 삶에서 여유가 있다면 어쩌면 내가 느슨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기에 더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삶에 변화를 주며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다 보니 여유는 만들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매일의 여유, 주간 / 월간의 여유 그리고 매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나와 가족 그리고 내 주변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고요.
내가 지금 만들 수 있는 여유를 계획해 보세요. 그 여유가 나의 미래를 바꿔놓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