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CUBA에서 날숨

2015HABANA에서 띄운 단상 #3 쿠바에서 비춰 본 나의 사.랑.

by 엘리

“쿠바에서 살고 싶다면서요. 그럼 쿠바 남자를 만나요. 연애를 해요. 스페인어도 늘고 얼마나 좋아요.”

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언제나 답은 같다.


내 개인적으로는

쿠바노와 사귈 생각은 없다. 아직은 연애를 할 만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일단 스페인어와 행정적 서류의 이점과 이런 것들의 수단으로 연애나 결혼을 사용한다는 것이 내겐 영 탐탁지 않다.

결혼제도 자체도 100% 찬성을 못하겠는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연애나 결혼을 한다는 건

왜인지 비겁하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정말 할 수 있는 모든 몸짓과 표현을 다 동원해서 여성을 사랑하지만

아니, 숭배한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를 여성으로서만 사랑해주는 남자는 싫다.

욕심이어도 괜찮고

뭐 다 좋고.

사랑만 할 사람이라면 쉽게 찾을 수도 있겠지만

나라는 ‘인간’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나고 싶은 거다.

사실 그동안의 행보도 그래 왔다.

대충 끌려서 만나는 일은 없었으니.

너무 진국들만 만나와서

헤어지고 인간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만남이 얼마나 많았던가.

차라리 연애하지 말고 계속 친구로 지낼걸.

그럼 평생 좋은 친구가 되었을 텐데.

사람 욕심 많은 내겐 아쉬웠던 일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오래 알던 사람도 좋고

어제오늘 만난 사람도 좋다.

남자여도 좋고 여자여도 좋다.

내가 여자에게서 성적 매력을 못 느끼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 그때 가서 또 어찌 해결될 것이고

사랑의 힘으로 취향이 바뀌어도 괜찮고

정 적응 못하면 거기까지가 내 한계인 것을 받아들이면 된다.


할아버지, 할머니여도 상관없고

10대, 20대여도 상관없다(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말 통하는 이 찾기가 아직은 힘들더라..)

누구라도 상관은 없지만

아무 나는 못 만나는 게 내 성향인 건 확실하다.

만일 나와 많은 이야기가 통하고

나를 인간적으로 존중하고

내가 인간적으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바로 연애를 하겠지.

게다가 내 아이의 아비(혹은 공동 어미여도 좋다)가 될 자로 손색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을 만난다면

난 아마 또 가정을 꿈꿀 테다.


10년 이 전에도 같은 생각을 하긴 했으나,

역시 그건 이상이지.. 하는 마무리 생각이 있었다.

또 곧 의례 그렇듯 미친 사랑질의 소용돌이에서 자아고 뭐고 다 잊고

내 존재, 자존감도 없어진 채 감정에 휘둘리다가

폭풍우 뒤에 너덜너덜해진 시신 조각을 수습하기만 반복이었지.


시간이 조금 흘러보니 내 생각이 맞고

나의 방향이 맞다는 생각이 굳어진다.

아.. 생각이 굳어지는 건 위험하다.

지금은 거기까지 꾸득꾸득하다.


그게 이제야..

비로소 1년 반을 연애감정 없이 조용히 살아낸 후 내려지는 이성적인 결론이라니.

예전의 그 결론이 지금도 똑같다니!


어쨌든

그때 까지는


외롭게


깔끔하게


그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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