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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Mar 21. 2024

미국 아빠일기 40편: 모래성 쌓기엔 인생이 있어.

하나가 좋아하는 바닷가 모래놀이.

하와이에서부터 시작된 하나의 바다사랑을 칸쿤에서도 이어가고 있다.


하나가 좋아하는 바다에서의 놀이란 매우 간단한데,


파도와 모래사장이 만나는 지점쯤에서, 3분이나 5분에 한 번 정도 파도가 닿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아빠가 앉고 다리 사이에 아기가 앉고, 그리고 양팔로 아빠의 양 무릎 바깥쪽의 흙을 파서, 가끔씩 오는 파도의 물을 모은다.


이게 끝이다.


이 놀이를 지속하다 보면 이 행위야 말로 인생이란 것이 느껴지는데,


1) 처음엔 굉장히 막막해 보이지만, 파다 보면 어느새 물이 구멍으로 들어온다.

2) 그렇게 해서 꾸준히 파다 보면 어느새 상당히 큰 구멍을 만들 수 있고, 물도 많이 모이고, 구멍 옆에 쌓은 모래로 방파제 등도 만들 수 있다. 즉, 가진 게 많아진다.

3) 그러나 자리를 잠시라도 비우면, 언제 그런 구멍이 있었냐는 듯이 파도 세네 번에 구멍이 모두 모래로 메꿔진다.


이게 인생 아닐까? 뭔가 노력해서 얻는 것이 가능은 하지만, 정말 너무나도 짧은 순간 누린 후에 결국 놓고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21개월 된 딸아이를 품에 안고 이런 놀이를 하고 있자니, 다른 잡념들이 사라지고,


그저 지금 내 앞에서 꼬물대고 모래를 파고 있는 이 생명체와 시간을 함께한다는 사실 하나에만 집중하고 감사하게 된다.


어제가 어쨌든 내일이 어떻든, 일단 당장은 행복할 뿐이다. 앞날은 모르지만, 그저 오늘 같기만 바랄 뿐이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노력은 해 보지만 노력해도 안 되는 것도 많으니까, 노력한다는 명분으로 본인과 주변인들을 괴롭힐 필요는 없다. 그럴 가치가 없다.


뭐 그런 생각이 드는 모래놀이였다.


사실 모래놀이 말고도 인생이 담긴 게 너무 많다. 축구도 그렇고, 조깅도 그렇고, 요리, 그림 등등...


그러므로, 그냥 세상에 널리고 널린 뻘글 중 하나일 뿐이긴 하다.


이런 글도 읽어주시고, 시간을 써 주셔서 독자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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