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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Jun 18. 2019

금귤을 좋아하는 소녀


"난 금귤이란 단어가 좋아"


그녀는 말했다. 낑깡이라고 많은 사람이 부르지만 정식 명칭인 금귤이 더 우아하면서 소리도 예쁘기 때문이라고 했다.


난 낑깡과 금귤이 같은 것인 줄 그때까지 알지 못했다.


이런 어휘들로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많다.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부른다든지, 갠세이의 어원이 일본어가 아닌 영어 gainsay라는 쓰잘데기없는 지식들로 무장한 사람들.


기본적으로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녀가 금귤을 말할 때 왠지 모를 기품과 안정감이 느껴졌다.


듣기만 해도 마음에 따사로운 볕이 드는 듯한 느낌을 주는 단어들이 있다.


금목서가 그렇고, 돌담이 그러하다.


라일락은 아니다.


아직 만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금목서와 돌담 뒤에 금귤을 넣어준 사람이라면 결혼을 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창 밖은 봄이 완연하다.


긴 팔과 반 팔이 적당히 어우러져 보이는 정경은 언제 보아도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오늘 저녁엔 드라이브나 가볼까?"


라고 제안했다.


긴장감은 없었다. 어차피 수긍할 것을 알고 있었고, 그녀도 내가 그녀가 수긍할 것을 알고 물어본 것을 알고 있다.


그녀의 손을 잡고 카페를 나섰다.


내년 우리의 봄은 어떤 모습일지를 잠깐 상상해본다.


봄이 완연하다. 나도 금귤이란 단어가 좋다.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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