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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Jun 01. 2019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 후기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를 다녀왔다.

처음 방문하는 유키 구라모토 콘서트였던 만큼, 이런저런 감회가 있어서 공유하고자 한다.


한국 공연 20주년인 해라고 합니다.

*

유키 구라모토를 처음 알게 된 순간이 떠올랐다.

98년 마이클 조던이 은퇴를 했을 때, MBC인지 KBS에서인지 특별 방송을 해줬다.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되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은퇴 특별 방송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녹화를 해서 여러 번 돌려 보았었다.

마지막 장면으로 어떤 사람이 쓴 지 모르는 편지 같은, 대략 "나중에 자녀에게 나는 조던과 같은 시대를 살아서 행복했다, 라는 말을 하겠다" 뭐 이런 내용의, 것이 나오면서 흘러나오는 피아노 선율이 너무 좋아서 나랑 형이랑 둘 다 좋아했었다.

그때는 인터넷도 처음 도입되던 시기인지라 당연히 그 노래의 제목을 알 길이 없었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어느 날 방문한 중국집에서 그 노래가 흘러나와서 리셉셔니스트에게 여쭤봐서 유키 구라모토의 lake louise II 라는 노래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lake louise II를 들으면 마이클 조던의 은퇴가 떠올라서 슬퍼진다.


**

51년생이신 유키 구라모토 할아버지는 여유가 넘치고 재치가 있는 캐릭터였다.

전반적으로 무거운 노래보다는 밝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그의 성격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중고딩 때 문학을 배우면 종종 등장하던 "청록파" 시인들에 대해서, 혹자는 일제 수탈기에 자연의 아름다움만을 노래한 것이 무책임하다며 비난이 있었다고 배웠다. 그때도 그런 주장에 공감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청록파적인 예술이 필요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유사한 감성으로 팀 버튼의 big fish가 생각난다.

이게 유명한 장면이지만 이 장면은 영화에서 크게 중요한 장면도 아닌 것 같다.

가끔 우리는 단순한 사실보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특히 그렇지 않나 싶다.


***

어떤 세계이든지 탑 레벨에 도달한 사람을 보는 것은 경이로운 느낌이 든다.

그 사람이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해서 쏟은 노력과 열정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다.

그와 동시에 그보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열정을 쏟았지만 그만큼 성공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 만족하면서 인생을 즐기고 있지 않을까 한다.

실제 인생에서 살리에르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홍진호도 잘 사는 것처럼.


****

모든 탑 레벨의 사람은 경이롭지만, 경이로움의 레벨이 똑같은 것은 아니다.

권위 있는 경영학 전문 교수님과 유키 구라모토는 기쁨과 경탄을 전해줄 수 있는 독자/청자의 수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학부생 시절에 경영학과임을 자조하던

"경영학과에서 잘하는 거, 프레젠테이션 같은 거 백날 해봐야 듣는 사람들은 크게 관심도 없잖아. 그런 의미에서 예술을 업으로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정말 복 받은 거다"라고 말하던 대학교 동기는 결국엔 빅히트에 들어가서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프레젠테이션 능력이 콘서트의 열광으로 바뀌는 기적을 목도하고 있는 중이다.

항상 응원합니다.


이상 소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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