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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ia May 25. 2019

맞춤법충

필자는 기본적으로 맞춤법충이다.


맞춤법충이라는 것이 딱히 맞춤법의 대가라기보다는 최대한 맞춤법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또 다른 사람이 지속적으로 맞춤법을 틀리는 것을 보는 것에 대한 내구성이 크지 않은 편이라는 말이다.


맞춤법을 사랑합시다

특히 견디지 못하는 몇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서 고등학교 문제에 자주 등장하던 문제를 아직도 틀리는 사람을 보면 조금 견디지 못한다.


안돼와 안되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도 싫고, 웬만하면을 왠만하면으로 쓰는 것도 싫다.


그렇다고 스스로 맞춤법에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가끔 티비에서 하는 우리말 관련 퀴즈쇼를 보면 절반 이상은 틀리곤 한다. 특히 띄어쓰기는 이제 스스로 안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잘 맞추지 못한다.


그냥 내가 아는 것을 남이 모를 때, 그 부분을 너그럽게 넘어가지 못하는 소인배 기질이 있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반대로 정답인 것이 오히려 싫을 때가 있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틀리게 사용하고 있어서, 오히려 정답을 말하기 민망해지는 상황이 있다.


예를 들어서 자장면이 그렇다. 지금은 짜장면도 표준어가 되었지만, 2011년까지는 자장면이 표준어였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디에서 자장면이라고 짜장면을 일컫기 쉽지 않았다. 아무리 맞춤법충을 지향하는 나라고 해도 무리였다.


오늘 또 그런 것을 발견했는데, 어쭙잖게가 그러하다.


어줍잖다는 잘못된 표현이고 맞는 표현은 어쭙잖은 것이다...라고는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쭙잖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굳어지면 어쭙잖다가 맞다고 주장하기도 민망해진다.


열심히 주장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이 맞는 것이므로 어줍잖다도 표준어입니다"라고 말할 미래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백화점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어줍잖게"를 연발하는 옆 테이블 아저씨를 용서하기로 했다.


이상 어줍잖은 맞춤법충의 소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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