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두 강아지.
이름: 태양이/첫째
생년월일: 2008년 8월 3일 일요일
나랑 만난 날: 2008년 9월 18일 목요일
태어난 곳: Castle Hill, NSW, Australia
엄마: 시츄
아빠: 몰티즈
5마리 중 셋째 (첫째 시츄 남아, 둘째 시츄 남아, 셋째 시츄+몰티즈 남아, 넷째 몰티즈 여아, 다섯째 몰티즈 여아)
애초에 타고난 기질이 예민하고 민감한 강아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강아지.
강아지가 ADHD 라면 우리 태양이는 ADHD 그 자체.
항상 배고프고 항상 궁금하고
항상 자기가 먼저인 강아지.
아주 몸에 찰싹 달라붙는 말랑말랑한 강아지.
발톱이라도 붙이고 앉아야 하는 껌딱지 중에 껌딱지.
하지만 고기 굽다 집이 연기로 자욱해지면
혼자 살겠다고 베란다 나가 몸을 사리는 똘똘한 아이.
화는 내지만 그것마저 너무 하찮아서 귀여운 아이.
수술 후 강아지 파나돌 반알에 아픔은 잊고
수술날 저녁부터 날아다닌 그저 해맑은 강아지.
내 엔도르핀 책임지는 골 때리는 강아지.
"깨발랄"의 정석으로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도
안 이뻐할 수가 없는 강아지 중에 강아지.
사랑하는 것은 휴지. 특히 내가 코 푼 휴지.
손이면 손, 앉아면 앉아,
기다려, 엎드려, 서, 코, 다 할 줄 아는 똘똘이.
그렇지만 인내심은 부족하고 마음은 급해서
한꺼번에 다 해버리는 모질이.
데굴데굴 머리 굴러가는 소리 다 들리는 강아지.
몸집도 작은놈이 목소리는 엄청 커서
깜짝깜짝 놀라게 하던 강아지.
예상 밖을 안 벗어나는 아이.
먹깨비 중에 먹깨비.
겁쟁이 중에 겁쟁이.
다른 강아지들한테 인기 없는 아이.
엄살 되게 심한 강아지.
정말 별나디 별난 특별한 강아지.
귀여움이 생물체라면 우리 태양이.
배꼽이 점점 커져서 탈장 위험으로
5개월 즈음 개복수술을 했음.
뒷다리를 약하게 타고나서 특히 왼다리가 약해서
이따금씩 까불다 다쳐서 고생했음.
어릴 때는 토를 달고 살았고
귀 피부에도 문제가 항상 있었고 아토피 진단받음.
스케일링 한번 안 했지만 이 깨끗하다고 칭찬받았고
사는 내내 공격성 한번 보인 적 없는 순딩이.
열 살 이후 눈이 점점 탁해지기 시작했음.
그래도 시력은 나보다 좋아서 찾을 건 다 잘 찾음.
나이 들고 나니 겨울마다 코가 하얘짐.
무서워도 떨고 좋아도 떨고 원래 바들바들 잘 떨고
애기 때부터 콧물 눈물 침 부자
그래서 꼬질꼬질했지만
얼굴은 자국 없이 깨끗했는데
새집으로 이사 오고 얼굴에 갈색자국 생기기 시작함.
어릴 때부터 가리는 거 없이 다 잘 먹는 식탐대마왕.
이름: 꼬맹이/둘째
생년월일: 2008년 11월 13일 목요일
나랑 만난 날: 2008년 12월 17일 수요일
태어난 곳: Granville, NSW, Australia
엄마: 몰티즈 아빠: 시츄
4마리 중 둘째 (첫째 시츄 남아, 둘째 시츄 남아, 셋째 몰티즈 여아, 넷째 몰티즈 여아)
정말 정말 순한 순딩이.
타고나기를 점잖고 무던한 강아지.
순한 얼굴 뒤에 필요할 때 나오는 사자가 숨어있지만
나에게만큼은 짜증 한번 낸 적 없는
한없이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이.
손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해도
간식이 나온다는 것을 아는
뛰는 태양이 위에 나는 꼬맹이.
순진한 얼굴로 태양이 보다 먼저
사고를 먼저 강행하는 용감한 강아지.
그리고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똑똑한 강아지.
먹을 거 제일 좋아하는 먹깨비.
은근 말 안 듣는 반항아이자 맑은 눈의 광견.
무슨 생각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는 신비한 아이.
자기 가족은 자기 목숨 바쳐 지킬 의리의 강아지.
종잡을 수 없고 예상 밖의 행동으로 놀라게 하는 아이.
마치 모든 걸 알아듣고 알고 있는 듯한 눈을 가진 아이.
너무너무 사랑스럽게 쳐다봐서
눈 마주치면 그냥 힐링되는 아이.
한때는 말근육 허벅지로
비욘세 엉덩이를 가지고 있던 아이.
내가 불을 뿜어내면 가만히 와서
내 화를 진압하던 마법사 같은 아이.
다른 강아지가 싫지만
다른 강아지들한테 엄청 인기 많은 아이.
아파도 아픈 척 안 해서 더 마음 아픈 강아지.
둘째라 항상 기다리라고 해서 미안한 강아지.
그냥 든든한 내 보디가드.
내 아픈 손가락.
아가 때는 몸무게가 너무 적게 나가서
의사 선생님이 살찌워야 한다고 하셨는데
쑥쑥 자라 태양이보다 더 커짐.
어릴 때 겁이 많아서 다른 강아지만 보면
배를 까고 누웠는데 멍청한 주인이 그걸 캐치 못하고
방치하고 지켜주지 않았더니
어느 순간부터 다른 강아지를 보면 화를 내게 됨.
그 이후 다른 강아지만 보면
공격성이 나왔고 점점 심해짐.
온갖 훈련을 다 해보았으나 마음처럼 안 됐고
결국 산책 시 강아지들을 피해 다니게 됐음.
멍청한 주인이 강아지를 고생시킴.
다행히 세나개가 나오고 많이 배우고
내 강아지를 더 잘 이해하게 돼서 조금 수월해짐.
아이가 꼬리를 아주 가끔씩만 흔들고
이해 못 할 행동들을 했는데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이 사람이었다면
마치 자폐 스펙트럼의 아이라고 하심.
어릴 때 산책 후에 한번 기절해서
나를 매우 놀라게 한 적이 있음.
2019년 6월 허리 디스크로
아주 튼실하던 뒷다리가 퇴화되기 시작함.
삼 년 전 심장(murmur)에 문제 있다고 진단받음.
나이에 비해 눈 탁해짐이 없고 코도 새카맣고
털은 젊은이처럼 깨끗하고 이도 깨끗하고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은
건강한 DNA를 타고난 거 같다고 하셨음.
항상 뭐든 잘 먹었음.
항상 건강할 것만 같았던 내 강아지들은
열살이 지나고 부터는 서서히 늙어가기 시작했고
작년 2024년 8월,
오지 않기를 바랬고,
오지 않을 거 같던
내 악몽은 현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