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liks Dec 04. 2024

우왕좌왕 로스쿨 면접 스터디

컴공생, 로스쿨에 도전하다 (10)

LEET를 지나, 자소서를 건너, 증빙자료 지옥까지 뚫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 고비로 '면접'만이 남았다. 글발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말발에는 자신이 없었던 나는 로스쿨 입시 과정 전체에 걸쳐 면접을 가장 불안하다고 느꼈다. 남들이 자소서를 쓰는 시기부터 구술면접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구술면접은 보통 원서 접수 기간이 끝난 뒤, 지원한 학교가 겹치는 사람끼리 스터디를 조직해서 연습하는 구조가 일반적인 모양이었다. 그때부터 실제 현장에서 면접을 치르기까지 대략 6~8주 정도의 연습 기간이 주어진다. 다만 1차 서류 평가에 따라 면접 대상자가 정해지는 시기는 그에 비해서는 좀 늦다. 한 달 정도 열심히 연습했는데 정작 1차에서 떨어져서 중도 탈락하는 사람도 존재할 수 있다.


나는 에브리타임에서 (에브리타임을 정말 싫어하지만) 스터디 그룹원을 구했다. 가군 학교와 나군 학교 스터디를 따로 진행했는데, 내가 선택한 <가, 나>군 조합이 흔한 픽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학교 조합이 겹치는 사람이 많다면 그냥 한 그룹에서 묶어서 진행해도 상관없었다. 다만 돌이켜보면 그래도 스터디를 명분 삼아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던 건 좋았다.


재시생이 있으면 그분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게 제일 편했을 텐데, 내가 들어간 스터디는 그룹원이 모두 처음이었다. 물론 다들 어떻게 알음알음 들은 건 있었지만 직접 해본 건 아니다 보니 스터디 운영 방식에서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 당시의 막막함에 "로스쿨 스터디 운영 방법"같은 키워드로 검색해 봐도 막 그렇게 마음에 드는 답변은 없었다. 아마 이 글 또한 독자들에게는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답변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한 가지 사례로서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스터디는 보통 교재를 선정하고(황변 또는 김종수) 거기에 있는 복기본을 갖고 모의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책이 굉장히 두꺼운데 딱히 로스쿨 입시 대비를 목적으로 정독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황변 책으로 스터디를 진행했는데, 가끔 심심할 때 "윤리설 파트"를 읽기는 했다. 윤리설 외에도 법의 기초적인 내용에 대해서 상당히 방대하게 다루던데, 사실 로스쿨 입시 과정에서는 법학 지식을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자기소개서 팁 같은 것도 적혀있는데 만약 로스쿨 정보가 없다는 것이 정말 불안한 사람이라면 면접 준비 하기 전부터 하나 장만해도 괜찮겠다 싶었다.


하지만 잘 체계화된 책이라기보다는 그냥 있는 자료 없는 자료 덕지덕지 붙인 아카이브 같은 느낌이라서 너무 무겁다는 점은 큰 불만이었다. 책 도착하자마자 바로 근처 스캔점에서 스캔 떠버리고 아이패드로 들고 다녔다. 여담으로 그때가 딱 스터디 시작할 시기라서, 나랑 완전히 똑같은 책을 들고 스캔하고 계신 옆 손님을 보고 뭔가 지나가다 나랑 똑같은 패션의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기묘한 수치심이 들었다. 어쨌든 아이패드로 들고 다녀도 몇 백 페이지가 되니까 굿노트에 불러오면 살짝 버벅거리는 점이 짜쳤다. 로스쿨 면접 당일에는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는데 대기 시간은 길어서 지루할 수 있으니, 스캔하고 남은 종이는 버리지 않고 제본해 두면 좋다 (학교에 따라 책 반입이 안될 수 있으니 그 점은 유의..).


스터디에서 시사 이슈 토픽을 선정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본다거나, 아니면 다른 일반 학술 스터디처럼 발제를 하는 등의 좀 더 내실을 다지는 콘텐츠를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다만 내가 지원한 학교는 시사를 직접적으로 물어보지는 않는 것 같아서 모의 면접에 더 집중했다. 스터디원의 전공 배경이나 법 관련 교양 수준이 차이가 나기도 하고, 면접이 한 달이 채 안 남은 상태에서 내용보다는 말을 하는 형식에 집중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내가 지원한 학교는 공통적으로 제시문을 읽는 시간을 사전에 주어줬기에, '제시문 정독 및 개요 작성(10분) > 기조발언(4~6분) > 질의응답(6~4분)'으로 구성된다. 끝난 뒤에는 서로 피드백을 주고 제시문 주제에 대해 각자 알고 있는 배경지식이 있다면 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 뒤에는 면접 과정을 클로바 노트로 녹음하거나 삼각대로 촬영해 두고, 모니터링하면서 어조나 시선을 점검했다. 편의상 녹음/녹화 담당은 한 명이 맡고, 녹음본과 녹화본은 스터디 끝난 다음에 개별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했다. 물론 그걸 확인해야겠다고 마음먹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난 나름 여유롭게 아이컨택 한다고 한 건데, 오히려 보는 이 입장에서는 동공지진처럼 보일 수 있다는 사실 등의 생각지도 못했던 개선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면접관과 면접자의 역할 분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모두가 한 번씩 돌아가면서 면접자가 되면, 무의식적으로라도 전 면접자가 했던 말을 의식하게 되고, 후순위 사람은 자기가 제시문 정독 시간에 어떤 개요를 작성했는지 까먹을 가능성도 있다. 스터디원이 4명이었기 때문에 나중에는 제시문당 2명이 면접을 보고, 참여하지 않는 나머지 2명이 면접관이 되는 방식으로 수렴했다. 앞 면접자의 답변으로 내 답변이 영향받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실제 면접처럼 방을 나갔다 들어왔다 하는 방식도 써 봤지만, 이때는 중간에 어수선한 시간이 생기면서 스터디 시간이 늘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어차피 면접자가 2명이니까 앞에서 한 명 얘기 듣는 것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으니, 나중에는 다시 원래의 방식으로 회귀했다. 대신 면접자 2명끼리의 순서를 정할 때, 맨 처음 면접 보는 사람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정도는 아예 면접장 밖에서 문제 풀고, 면접장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는 시뮬레이션을 연습해 보는 건 괜찮다고 본다.


면접관과 면접자 분배를 당일에 랜덤으로 할지, 사전에 정해둘지도 한 가지 논쟁거리다. 당일에 랜덤으로 하는 게 더 쫄깃(?)하다....가 아니라, 면접자로 당첨되지 않더라도 '제시문을 정독하고 개요를 작성하는' 초반 10분 과정을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대신 이 경우에는 면접자 모드에서 갑자기 면접관 모드로 전환해야 하는지라, 적절한 질문을 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황변 책 면접 복기본에 문제랑 별개로 교수님이 추가질문한 내용이 적혀있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보통 그것은 지원자의 답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기에 그대로 못 쓰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사전에 면접관이 정해진다면, 스터디를 하기 전에 미리 관련 주제를 조사해 오고 나름의 예상질문을 추가로 뽑는 장점은 있었다. 이 경우도 장단이 뚜렷하다 보니 하나로 정하지 않고 두 개 다 해보고, 스터디원 합의 하에 더 나은 방식으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돌이켜보면 정해진 것 없이 되는대로 시행착오 하면서 진화해 온 스터디였다. 초반에는 체계가 잘 안 잡힌 채 몇 주가 지나는 게 내심 불안했다. 하지만 면접 스터디는 통상의 프로젝트처럼 공동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단순히 말을 할 기회를 많이 만듦으로써 편안한 어조로 논리적인 말하기를 하는 습관을 만드는 데 의의가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시행착오를 통해 좋은 스터디 운영 비책을 알게 된 게 아니라, 그렇게 "시행착오하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과정" 그 자체가 좋은 스터디 운영 방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스터디 조직에 대한 것을 중점으로 했다면, 언제 올라올지 장담은 못하겠는 다음 편에서는 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나의 말하기 능력이 어땠고 어떤 추가적인 노?력을 했는지 논의해보고자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