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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Dec 01. 2022

연말에는 조금 놀겠습니다.

올해 가장 큰 과제를 마치며......

  

얏호_! 그간 마음을 내리누르던 프레젠테이션 발표가 끝났다! 너무 신난다!! 느낌표를 계속 쓰지 않을 수가 없다!!! 자유다!!!!


   희열과 해방감이 전달이 되는지 모르겠다. 영어로 해야 하는 연구 프레젠테이션이 처음인지라 너무 부담되었었다. 그간 각종 페이퍼 워크나 이메일을 통한 소통은 많이 했는데, 발표는 또 처음이었던 것이다. 미팅 시간 30-40분 전에는 약간 미쳐버릴 것 같은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정기결제 중인 네이버 바이브에서 긍정 확언 콘텐츠를 무한하게 들으면서 심호흡을 했다. 나만의 극약처방이다. 마음이 편해지는 멘트를 폭포수처럼 주입하는 건 확실히 효과적이다. 처음은 언제나 너무 힘들고 두려운 법이다.



   최근에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이상하게 교수님이랑 미팅을 할 때면 '어? 나 영어 잘하는데? 좀 하는데?'라는 기분을 느끼곤 했었는데, 그게 슬프게도 착각이었다는 것이다. 똑같은 영어 실력인데 다른 미국 사람들이랑 이야기해 보면, 너무나 솔직하게 인상 쓰면서 "뭐라고?"라거나 못 알아들은 티를 팍팍 내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어찌나 당황스러운지 모른다. 추측건대 교수님은 다문화 학생들을 많이 받은 짬이 있어서 그런지, 브로큰 잉글리쉬를 티 안 내고 대충 알아들으며 인내하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았다. 영어 못한다고 멸시하거나 굴욕 주지 않는 게 어디냐 싶어 감사한 마음이다. 영어 실력은 엉망진창 그 잡채였던 것으로...... 박경림이 부릅니다, 착각의 늪!


   뭐가 되었든 간에 마치긴 했으니 그걸로 되었다. 족쇄가 풀려나가는 것처럼 몸도 마음도 날아갈 듯이 가볍다. 웬만하면 사치를 안 하는데, 오늘은 한 번 해보았다. 그간 너무 먹고 싶었던 조각 케이크와 파운드케이크, 커피로 자축의 시간을 가졌다. 그토록 헤매고 찾던 적당히 달달한 케이크를 찾아서 행복했다. 돈 아까워서 캡슐 커피만 마셨는데, 카페 커피를 마시니 눈이 돌아갈 것 같았다. 당이 최고다. 으- 행복해.


   오늘만큼은 그간 출퇴근하고 상주하던 도서관을 안 가기로 마음먹었다. 대신, 더 감성 있고 예쁜 라운지에 와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장작불과 소파, 나무 책상이 특유의 겨울 감성을 주는 그런 곳이다. 개성 진한 미국 대학생 아이들도 원 없이 구경하고, 글도 써보고 있다.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도 한 번 쭉 적어본다. 앞으로도 또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하고 싶은 일들과 적당히 섞어가며 해낼 수 있으면 제일 좋겠다. 무엇보다도 추수감사절 휴일 주간에 아무 데도 못 갔었는데, 겨울 방학 때는 어딘가 따뜻한 곳으로 잠시라도 떠나보고 싶다. 구글맵을 보며 어디가 좋을지 마우스 휠만 굴려보는데도 신나고 기분이 좋다.


   이 날아갈 듯한 해방감을 곰곰이 되짚어 보건대,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있어야 희열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스트레스 받고 부담되는 일들은 너무 싫지만, 그런 일들이 끝나고 난 뒤의 감정은 참 달콤한 것 같다. 어쩌면 그런 도전적인 과제를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우는소리 하며 어찌어찌 버티다가, 딱 끝났을 때 야호!를 외치는 재미 때문에 말이다. 모르겠다. 참 복잡하고도 골치 아픈 게 사람 마음이다. 모쪼록 올해 가장 큰 과제는 끝이 난 듯하니, 연말에는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보내보려고 한다.



부담감 안녕!! 나 이제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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