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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Dec 04. 2022

12월의 클리셰, 블루밍턴 호두까기 인형

인디애나대학교 음대와 예술대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고전적인 연말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을 보고 왔다. 인디애나대학교 오페라&발레 시어터에서 열린 호두까기 인형 공연은 블루밍턴에서 꽤나 인기 있는 연례 행사인 듯했다. 공연 장소에 일찌감치 도착했을 때부터 사람들이 많았다. 블루밍턴에 거주한 이래로 이렇게 차려입은 사람들은 본 것이 처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곳의 편안한 복장에 적응을 해버린 우리 부부도 처음으로 격식을 갖춰 입고 외출을 했다. 화장 붓이 다 굳어가는 것을 겨우 살려 화장도 하고 나니 오래간만에 설레고 좋았다.


    인디애나대학교 음대 학생들이 오케스트라를 꾸려 음악을 연주하고, 발레과 학생들이 무용을 담당하여 여느 연말 행사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어 좋았다. 특히 음대는 미국에서도 꽤나 유명하고 수준이 높다고 들었는데, 생생한 라이브 오케스트라로 들어볼 수 있어 기대가 되었다. 로비에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스팟과 크리스마스트리들을 화려하게 장식해 두어 간만에 차려입은 채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거대한 호두까기 인형 피규어는 단연 인기가 많았다.




    공연 시작 3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했다. 처음 딱 들어가서 본 공연장은 블링블링 화려하고 예뻤다. 무대 막이 내려가 있고 그 아래 오케스트라가 악기를 점검하는 것이 보였다. 산만한 조율 소리를 듣고 있자니, 정말 오케스트라 공연을 듣는구나 싶은 생각에 기대감이 고조됐다. 금요일 저녁 공연이라 그런지, 좌석은 만석이었다. 3층까지 있는 객석 중 2층 중앙에 자리를 잡았는데, 걱정했던 것보다는 무대와의 거리가 멀지 않아 좋았다. 조금 욕심을 내서 1층이나 측면 발코니 좌석에 앉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대학생 중심 공연이라 퀄리티에는 큰 기대를 안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무대연출이나 의상, 소품이 훨씬 고퀄이라 만족감이 높았다. 특히 1부의 Snow Scene은 정말 정말 아름다웠는데, 스노우볼을 무대에 옮겨놓은 느낌이었다. 발레와 합창, 오케스트라, 무대효과가 한 데 잘 어우러져서 몰입도가 높았다. 공연 특성상 어린이 배역들이 많아서 아이들이 무대에서 서툴지만 열심히 연기하는 것도 귀여운 관전 포인트였다. 열을 잘 못 맞추기도 하고, 개성대로 추는 춤도 엉뚱하고 귀여웠다.


     호두까기 인형의 음악들은 워낙 유명한 곡들이라,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클래식 음악들이었다. 클래식을 잘 모르지만 익숙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2시간여 시간 동안 연말과 겨울 감성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집에 오는 길, 허기져서 파파존스에서 허니 치폴레 윙과 치즈스틱을 사 왔다. 간만에 문화생활로 데이트 다운 시간도 보내고, 야식까지 먹으니 금상첨화였다. 불빛 없는 점등식으로 상처받은 마음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퍽 괜찮은 하루였다.



설레고 즐거운 연말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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