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햇 Feb 07. 2023

투지를 불태워보기, 클라이밍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요즘 피지컬100을 비롯해서 각종 운동선수들의 유튜브가 핫한가 보다. 여기에 심취해 있는 남편을 따라 피지컬 100이나 좀비 트립, 윤성빈 유튜브 등등 몇 번 보는데 의외로 재밌다.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번 생은 틀린 것 같지만 말이다-.


  그러다 윤성빈 선수 유튜브에서 클라이밍 도전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 부부도 같이 데이 패스를 등록해 방문해 보게 되었다. 둘 다 운동이랑 액티비티를 좋아해서 재밌게 다녀왔다. 장소는 Hoosiers Heights Bloomington이었다.





  한국에서는 볼더링 벽만 있는 암장에서 레슨을 받아봤는데, 이곳은 리드도 있어 반가웠다. 규모가 꽤 크고 레벨 별로 옵션도 다양했다. 일단 시설은 정말 좋았다. 데이 패스는 $25인데, 입장료 뿐만 아니라 신발과 장비 렌탈까지 포함이다. 처음 들어가면 신발을 빌리고, 오리엔테이션 비디오를 시청한다. 그다음에 직원이 시설 이용을 안내해 준 다음 자유롭게 이용하면 된다. 레슨은 따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리드 벽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 로프를 연결하고 먼저 타보았다. 로프 사용법이나 안전 수칙을 세세하게 알려줘서 로프를 처음 써보는데도 해볼 만했다. 안전 장수를 로프를 위해 두 번 세 번 체크를 한 뒤, 결의에 찬 사진을 남겨보았다.


안.전.제.일


  일단 시설이 너무 좋아서 설레는 마음에 가열하게 올라갔다. 한국에서 최대 3M 높이의 볼더링만 해보다가 리드를 처음 해보니 신이 나서 쭉쭉 올라갔다. 차분하게 잘 올라가다가 잠시 아래를 내려봤는데, 아뿔싸- 이렇게까지 높이 올라와 있는 줄 인지를 못했던지라, 그때부터 갑자기 공포감이 확 올라왔다. 고소공포증이 원래 없는데도 무서웠다. 그때부터 페이스가 깨져서 로프를 타고 내려왔다.


  1차 시도에 실패하고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아, 생각보다 더 높이 가는 거구나', '높이 올라가면 아래를 보지 말아야겠다' 인지를 하고 다시 차분히 올랐다. 손과 발을 균형 있게 홀드에 올리는 데에 더 집중을 하면서 침착하게 오르니, 두 번째 시도부터는 수월하게 완등을 했다. 완등을 했을 때 묘한 성취감과 중독성이 있다.


  완등의 기쁨도 잠시, 내려가야 할 시간이 도래하는데 이게 그렇게 웃기다. 홀드를 놓고 벽을 차면서 안전하게 내려가야 하는데, 홀드를 손에서 놓기가 너무 어려운 것이었다. 뭔가 이것을 놓으면 죽을 것 같은데, 내려가기 위해서는 놓아야만 한다는 게 마음속에서 모순적으로 충돌을 한다. 본능과 이성의 갈등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몇 번 해보다 보면 로프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서 정상에서 홀드를 놓기가 쉬워진다.

차근차근 어렵게 올라가는게 삶 그 잡채다


   남편은 클라이밍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도 곧잘 했다. 나름 한국에서 두 달 배워봤다고 이번 기회에 남편한테 잘난 척 좀 해보나 했는데 생각보다 매우 잘해서 사실 좀 아쉬웠다. 이렇게 또 겸손해지고 만다. 모쪼록 운동신경이 좋다는 것은 행운이다.

어려운 벽도 곧잘 탄다



   리드를 츙분히 맛보고 볼더링 벽으로 넘어갔다. 볼더링 벽은 그래도 한국에서 본 것과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난이도별로 문제가 나뉘는데, 한국보다 초보 난이도의 문제가 많지 않고 고난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었다. 주변에 볼더링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정말 기가 막히게 잘했다. 날다람쥐같이 잘 잡히지도 않는 홀드를 잡고 이리저리 어찌나 잘 다니던지 대단했다.


   볼더링 벽은 3면으로 되어있는데, 사진에 보이는 벽은 가장 쉬운 일자로 난 벽이었다. 반대편과 옆쪽 면의 벽은 기울기가 많이 들어가있어 난이도가 한참 높아서 취향대로 골라서 문제를 풀어보면 된다.


어떻게 풀어야 잘 풀었다고 소문이 날까


  클라이밍을 하다 보면 홀드를 놓치고 벽에서 떨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또 오기가 생기고 계속 도전해 보고 싶은 욕구 불 지핀다. 중간중간 충분히 휴식도 취해야 한다. 천천히 나만의 속도와 페이스로 오르면 된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잔잔한 시골마을에서 이따금씩 투지를 불태워보기 좋은 운동 종목이다.


    운동 다음날 팔에 극심한 근육통을 느끼며, 클라이밍 포스팅을 마무리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시골에 산다는 건, 뚜레쥬르에 감동하게 되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