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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Dec 18. 2022

플로리다 로드트립 #1 생애 첫 미국 고속도로 진출

인생은 리허설 없는 실전


   미국에 와서부터는 매일매일이 도전이다. 겨울방학을 맞이하여 남편과 짧은 로드트립을 다녀오기로 했다. 같이 일하는 교수님이 아이를 낳기 전에 최대한 둘이 여행을 많이 다니라고 조언을 해주셨는데, 그 말이 많이 와닿았기 때문아다. 아직 미국을 잘 몰라서 어딜 가야 할 지도 막막했는데, 가보면 좋을 곳들을 여러 군데 추천해 주셔서 그중 가장 따뜻한 지역을 첫 여행지로 선택했다. 바로 플로리다 데스틴이다.



   인디애나 블루밍 턴에서부터 플로리다 데스틴은 거의 수직으로 남쪽으로 내려가게 되어있다. 총 11시간 남짓 걸린다. 하루에는 도저히 못 갈 것 같아서, 5시간씩 반으로 쪼개서 하루 묵어가기로 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도 5시간 정도면 가는데 그 거리의 두 배라고 하니 얼마나 먼 거리인지 감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블루밍턴에 와서야 생전 처음 운전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는데, 고속도로로 진출하려니 걱정이 앞섰다. 두려웠지만 광활한 미국을 차로 누비는 로드트립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에 도전해 보기로 하였다.





   떨리는 마음으로 여행을 계획했다. 미국 와서 처음 가보는 로드트립이라 설레고 들뜨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드디어 출정 일을 정했다. 토요일 오전에 출발해서 절반 지점인 테네시 내슈빌에서 하루 묵고, 일요일 다시 데스틴까지 가는 일정이었다. 고속도로 운전을 한 번도 안 해봤기에, 남편이 먼저 시범을 보여주고 여러 가지 곁눈질로 감을 익힌 다음 교체를 해볼 예정이었으나, 사랑스러운 남편(놈)이 금요일 늦은 밤 만취하여 들어온 덕분에 토요일 오전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 되었다. 로드트립을 앞두고 음주 운전을 할 작정인가 싶어서, 홧김에 그냥 가다가 어디 한적한 어느 시골길에 묻어버리려고 어디가 좋을까 고민을 잠시 했다. 미국 땅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남편을 묻을 공간적 후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반성하는 태도에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기로 했다. 들숨 날숨에 알코올 내음을 뿜어내는 그 물건을 조수석에 싣고 출발을 하였다.



   사랑하는 남편(놈) 덕분에 덜컥 미국 고속도로 운전에 갑자기 내몰리게 되었다. 역시 인생은 리허설 없는 실전이다. 그냥 밟고 보는 거다. 차로 동네 마실을 돌 때에는 천천히 풍경을 즐기며 갈 수 있었는데, 75-85마일(120-130km) 정도 속도로 달리다 보니 차가 휘청거리는 느낌도 들고, 핸들을 조금만 움직여도 차가 확 꺾여 겁이 엄청났다. 별생각 없이 악셀에 발을 올려놓고 가다 보면 속력이 지나치게 높아지기도 했다. 너무 긴장해서 추운 날이었는데 땀이 삐질삐질 났다. 목덜미부터 허리까지 뻣뻣하게 굳어 근육통이 올라왔다. 남들은 시내 운전보다 고속도로 운전이 더 쉽다는데, 한적한 블루밍턴만 다녀본 입장으로서 고속도로가 훨씬 무섭고 어려웠다.



   

    다행히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사히 살아서 내슈빌에 예약한 호텔에 도착해있다. 오늘 하루 운전을 하드캐리 했더니 온몸이 녹초가 다 되었다. 그렇지만 능력치 하나가 추가된 것이 생각보다 매우 많이 뿌듯하다. 운전하면서 남편(놈)에게 그런 말을 했다. 미국에서의 삶은 하나하나 작은 퀘스트들의 연속이라고. 한국 익숙한 환경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매일, 매달, 매년 비슷한 일들만 했다면 이런 새로운 경험이나 능력치의 확장은 못해봤을 것 같다고 말이다. 작은 것일지라도 도전은 늘 즐겁다. 물론, 고속도로는 아직 즐겁기보단 두렵다.


    내일 가야 할 길은 오늘보다 더 멀다. 두렵지만 좋든 실든 마주해보면 언젠가 익숙해지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오늘보다 조금 나은 내일이라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플로리다 로드트립 여행기,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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