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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Dec 20. 2022

아름다운 플로리다 시골 국도를 따라서

인디애나부터 플로리다까지 미국 로드트립


    테네시주 내쉬빌에서 하룻밤을 묵고 로드트립 2일 차. 


   다시 플로리다주 데스틴을 향해 달려간다. 약 7시간 정도만 더 달리면 도착이다. 다행히 남편이 하루 푹 자고 컨디션을 회복하여 운전대를 나눠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첫날 로드트립은 고속도로 위주였다면, 이 날 루트는 주로 국도가 대부분이었다. 왕복 2차선 도로 양 옆으로 쭉 뻗은 자연경관은 미국 로드트립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기 충분했다. 7시간이라는 시간은 운전하기에 상당히 긴 시간이었음에도, 경치를 구경하면서 가니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가장 많이 보였던 광경은 위의 사진 같은 풍경이다. 남쪽으로 계속 내려가니, 우중충하던 북부의 구름들이 사라지고 맑고 청량한 하늘이 나타났다. 쟁한 햇볕과 온화한 기후 덕분인지, 파릇파릇한 나무와 식물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겨울에서 가을로 시간을 되돌린듯한 기분이었다. 왕복 2차 선로의 국도 양 옆으로는 엄청난 크기의 농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옥수수밭, 목화밭, 방목지 등 넓은 농장이 끝도 없이 펼쳐져있었다. 이래서 풍요의 나라구나 싶었다.




  중간중간 이렇게 시골 마을도 몇 개 지나갔다. 우리가 사는 대학 타운 블루밍턴을 맨날 시골이라 칭했었는데, 이곳이야 말로 정말 시골 중의 시골이었다. 블루밍턴에게 사과를 해야 할 것만 같다. 그나마도 이렇게 집이 조금이라도 있는 곳을 지날 땐, 인터넷이 터졌으나, 이런 집들마저 없는 곳을 지날 때는 인터넷이 끊기기도 했다.






   로드트립을 기념하여 운전하는 사진도 몇 장 남겼다. 중간중간 기름을 넣을 곳이나 패스트푸드점이 자주 있어 쉬어가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깡시골 일지라도 기름이 떨어지거나 배를 채우지 못할 걱정은 없을 듯하다.






  국도를 따라 쭉 내달리다보면 가축 친구들도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었다. 소들이 엉덩이가 직각으로 누가 잰 것만 같아 신기하다. 생각보다 도로에 바짝 인접해있었다. 덩치는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훨씬 큼지막하다. 옆에서 남편이 자꾸 블랙 앵거스라고 해서 모종의 죄책감이 올라와 몸서리쳤다. 미안해, 아직 베지테리언은 못 되겠어- 내적 고해성사를 하며 풍채 좋고 여유로운 친구들을 서둘러 지나쳤다.







   한 6시간 정도 달렸을까, 슬슬 해가 넘어가기 시작했다. 플로리다에도 상당히 가까워져서 그런지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사진에는 잘 담기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하늘이 더 붉고 분홍빛이 많이 나서 굉장히 아름다웠다. 때마침 데스틴으로 들어가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를 지날 때에는 딱 일몰 시간과 겹쳐 어마어마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로드트립 오길 정말 잘했다.


     남편이 아주 감정적으로 건조한 사람인데, 이 광경을 보고 '솜사탕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다'라고 말해 깜짝 놀랐다. 이런 시적인 표현을 쓰는 사람이 좀처럼 아닌데, 저 표현보다 더 잘 묘사할 수 있는 은유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진에는 그저 붉게만 담겨 아쉬움이 있다. 약간의 상상력을 가미해서 감상하기를 당부드린다.






  목적지인 플로리다 데스틴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진 후였다. 어둑어둑해서 주변 풍경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영롱한 조명을 예쁘게 장식한 숙소만 눈에 띄었다. 숙소 조명이 아주 감성적이라 마음에 쏙 들었다. 데스틴에 도착해서는 둘 다 잔뜩 녹초가 되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근처 그리스 음식점에서 든든하게 저녁을 먹고 바로 숙소에 들어와 휴식을 취했다. 장시간 운전은 생각보다 할 만하지만, 또 피곤하기도 많이 하다.




다음날 아침 어떤 모습으로 플로리다가 우리를 맞아줄지 기대를 잔뜩 안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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