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은 타인이 주는 기회에 전적으로 달려있지 않다. 내 발로 계속해서 걸어가느냐, 마느냐에 달려있다. 목적지 또한 남이 정해주지 않는다. 물론 체계적인 교육 환경과 뛰어난 교육자의 지도하에 정진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만이 정답이라거나 유일한 선택지는 아닐 것이라 믿는다. 어차피 평생 공부하고 갈고닦아야 하는 길을 선택했고, 어떤 루트로든 계속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혼자 다시 공부를 시작해 보려다 동기부여가 잘 안되고 체계적으로 지속할 자신이 없어서 대학원 전우들이랑 북 리딩 스터디를 짰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면 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 다들 고맙고 존경스러운 것은 임신을 하고 있거나, 투잡을 뛰고 있음에도 공부하자는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해주었다는 것이다. 연구실 때부터 느꼈지만 이 친구들은 정말 괴물이다. 한국과 미국의 시차 맞추기가 쉽지 않았지만 다들 부엉이 체질이라 다행히 맞는 시간대를 찾아서 줌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여러모로 고맙고 힘이 많이 된다.
그동안 공부하고 싶다고 말로만 하고 실천은 안 해둔 여러 심리치료와 상담 공부를 시작해 보려고 한다. 체계를 벗어나 정진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순도 높게 원하는 공부를 자유로이 선택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고른 책은 대상관계 심리치료에 대한 책이다. 이전부터 대상관계/게슈탈트 심리치료를 더 공부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미국에서 먼저 출판된 책이 한국어로도 번역이 된 상태라, 각자 국가에서 원하는 언어로 공부하기로 하였다.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저자Allan G. Frankland출판학지사발매2019.02.25.
첫 책으로 고른 책은 200페이지 분량의 조금은 얇고 부담이 없는 <대상관계 심리치료 실제>라는 책이다. 원서 제목은 <A little psychotherapy Book_Object Relations in Practice>로, 미국에서도 도서관이나 아마존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한국 책이 훨씬 저렴하기는 하다. 모쪼록 발제하고 자료를 준비하면서 정리한 내용들을 틈틈이 포스팅도 해보려 한다.
사실 아직도 마음 속은 좌절 폭격로 인해, 전쟁이 쓸고 지나간 마을 같은 풍경이다. 하지만 뭐, 별 수 있나. 이미 다 무너진 마을에서 건질 건 건지고 밀어버릴 건 밀면서 하나씩 재건하는 수밖에 없다. 조급하지 말고 천천히 정리하고 다시 세워나아가자. 잃을 것도 없는 주제에 두려울 게 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