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햇 Jun 22. 2019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것

아주 거지같던 날을 딛고

일이 잘 안 풀렸다

속상하고,

아무것도 할 힘이 없는 기분



하필 또 그런 날 할 건 더럽게 많다

잘근잘근 평가를 받는 이벤트가 하루에 세 번 연이어 있었다

어디로든 도망부터 치고 싶은 그런 날이다

전 주부터 혹독한 피드백을 받아오던 상황이라 더 그랬다



이럴 때 나는 찰랑찰랑하다는 표현을 쓴다

뭔가 힘듦이 넘칠 듯 말 듯 가득 찬 느낌,

금방이라도 넘치면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상태,

어디든 좀 덜어내야만 할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이다



하지만 일에 있어 도망칠 곳이 어디가 있겠는가...

힘든 일을 앞두고 남자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평가받는 거 토나와. 여기에 존재하고 싶지가 않아 무단으로 이탈하고 싶을 정도로"

"에구 스트레스였구나...... 나한텐 너무 훌륭한 자기니까, 자신감을 가져요"



죽을 쑤고 있는 내게 '너무 훌륭하'다니......

스스로에 대해 자비보다는 채찍질이 익숙한 나인지라

이런 무조건적인 믿음과 지지는 참으로 낯선 것이다



내가 아무리 못났을지라도

세상 한 구석에서 만큼은 '너무 훌륭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안도감이 든다

그게 사실이라면 조금 못하는 때가 있어도 괜찮을 것 같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어주는 마음에

어깨를 펴고 고개를 든다

다시금 세상의 파도 속으로 돌진하는 서퍼가 된다



후......

오늘 살아 버텨보자



작가의 이전글 안정감이 옮겨 퍼질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