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햇 Apr 24. 2023

미국 상담심리 박사과정 지원 과정 (1) 서류

야, 너두! 할 수 있어


학기가 시작하고 나면 영영 쓰지 못할 것 같아서 입학 전에 길고 길었던 입시 과정에 대해 한 번쯤은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입시 중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한국인 재학생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다소 귀찮아서 미뤄두었던 대학원 입시 정보 포스팅을 시작해 보려 한다.


사실 귀찮음도 있지만, 조금 더 솔직하게는 실패도 겪었고 2년 동안 꺾인 채로 계속해왔던 시간을 돌아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작용했던 것 같다. 대신 그만큼 어떻게 하면 떨어지는지(?)에 대한 풍부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모쪼록 미국 상담 심리대학원 입시는 케바케, 학바학 정말 다채로운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하나의 예시로만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또 보편적인 유학 준비보다는 상담심리 전공 특정적인 부분에 집중해서 기술해 보려고 한다.



1. 정량적 지표: TOEFL, GRE, GPA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상담심리 분야에서는 이러한 정량적 지표가 당락을 좌우하지는 않는 것 같다. 때문에 위 지표들이 약세라고 주눅들 필요 하나 없다. GPA는 사실 장학금을 받으려면 고고익선이지만, 합격을 위해서 꼭 어느 정도 이상일 필요는 없는 듯하다. 토플과 GRE도 마찬가지다. 서류심사의 결격사유가 되는 최저점만 넘으면 당락은 아래 정성적 지표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 교수님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정량적 지표를 중시한다고 들었으니 확인은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로는 GRE가 필수 제출이 아닌 랩들이 많아졌고, 일부 교수님들은 GRE 점수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랩 홈페이지에 기술해놓은 경우도 있었다. 덕분에 가장 골치 아팠던 GRE는 제출도 않고 입학을 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토플은 최저 점수보다는 조금 여유 있게, 세 자리 점수로 맞추자마자 바로 끝냈다. GPA는 이미 손쓸 수 없는 것이니 없는 셈 치기로 했다. (참고:필자는 일류의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니며, 문을 닫고 합격한 케이스이니 보다 욕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지 마시길 당부드리는 바이다.)


상담심리 분야에서 이러한 전통적인 정량적 지표가 강조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상. 당. 히. 까탈스러운 인터뷰 과정에서 실질적인 영어 실력이나 지적인 베이스를 충분히 거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가설을 세워본다. 필자가 오퍼를 받은 프로그램의 경우 대기시간/소셜라이징 시간을 포함해서 인터뷰를 11시간 30분에 걸쳐 보았다.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8시까지 이루어진다. 타교의 경우 사전 인터뷰를 3회 진행 후, 공식 인터뷰에 초청하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GRE나 GPA를 중심으로 당락을 결정짓는 학과들과 가장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GPA, 토플, GRE 낮다고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저만 딱 맞추자 최저만!




2. 정성적 지표: SOP, 연구 핏, 연구 실적, 연구분야, 상담 경력, 추천서


사실 미국 상담심리 박사과정 입시 중 서류심사에서 메인이 되는 부분은 바로 이 정성적 지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정성적 지표에서 교수님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높은 확률로 인터뷰에 초청받을 수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담심리 전공 자체가 도제식이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학과 단위보다는 교수님 개인이 첫 학기부터 쭉 지도편달할 제자를 뽑게 된다. 따라서 '학과'에 지원한다기보다는 '교수님'에게 지원한다는 표현이 조금 더 와닿을 것 같다.


2-1. 연구핏과 사전컨택, SOP

그들의 레이더망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지원하고자 하는 교수님(과 그의 랩)과 핏을 가장 가깝게 맞추는 것이 당락의 포인트가 된다. 때문에 SOP를 쓰기 전, 학과 홈페이지에서 교수님들 소개를 자세히 읽으면서 연구 관심사가 가장 잘 맞고, 이전 연구 경험으로 어필할 수 있는 교수님을 골라 그분을 노골적으로 저격(?) 해서 지원하게 된다.


사전 컨택을 할 때에도, 연구핏으로 어필을 할 수 있는 교수님을 골라서 메일을 보내보는 것이 유리하다. 지원 전, 이메일을 보내서 현재 진행 중인 연구와 추후 진행하게 될 연구의 방향과 흐름을 물어보고 힌트를 얻으면 SOP 작성에 요긴한 방향성을 얻을 수 있다. 생각보다 미국 교수님들에게 컨택을 하면 자신의 청사진을 굉장히 친절하게 알려준다. 여기서 힌트를 대방출하는데, 과거에는 이 부분 연구에 집중했지만 올해부터 흐름을 크게 바꾸어 어디에 집중하기로 했다든가 이런 정보를 후하게 알려주는 편이다. 기존 생각해두었던 자기만의 연구계획에 교수님의 흥미, 특히 과거보다는 앞으로 중점적으로 하게 될 방향성을 가미하면 한층 유리해진다.


이때 특히 중요한 것은 해당 연도 입시에서 지도 학생을 뽑을 계획이 있는지 꼭! 확인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따라 홈페이지에 해당 연도 교수님이 제자를 뽑는지/ 안 뽑는지 명시하는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기 때문이다. 모르고 지원했다가 해당 교수님이 제자를 안 뽑는다면, 위에서 말했듯 특정 교수님을 저격하여 지원하는 구조기 때문에 그 해 해당 프로그램의 원서비는 날리는 격이라고 보면 된다.


2-2. 연구 실적과 경력

상담심리 박사과정은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상당수 이상의 연구 경험을 가진 채로 지원을 한다. 석사 학위를 가지고 지원을 하거나, 학부생 RA를 몇 년씩 경험하고 지원을 하기 때문이다. 상담심리 박사과정에 지원하기 전 연구 경험과 퍼블리케이션이 있는 경우 유리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한국 취업시장에 빗대자면 중고 신입 같은 느낌이랄까? 분명 박사과정에 들어가서 연구를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이미 다 배우고 온 사람이면 지도하기가 수월해지니까 말이다.


이 연구 실적은 사실 반드시 연구 관심사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최대한 지원하는 교수님과 그 랩과 결을 일치시키는 최소한의 스토리텔링은 필요하다. 기존에 전혀 다른 연구를 했다면, 그 연구를 하면서 어떻게 지원하는 교수님의 관심사로 넘어오게 되었는지 설득할 수 있으면 좋다. 이 부분은 개인적으로 기존 연구 실적이나 토픽이 중구난방이었기에, SOP에 설득력을 갖춘 스토리로 잇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2-3. 상담실습/수련 경력

Scientist-Practitioner 모델에 따라서 APA에서 승인을 받은 상담심리 프로그램은 대부분 수련과정과 인턴십이 박사과정에 포함되어 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와 대학생들을 위한 심리상담센터가 학과 혹은 학내 인하우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무료 심리 상담인지라 내담자 수요가 많아서 센터 운영을 위해 학과에서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지원자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다. 학부만 졸업한 학생들의 경우 첫 학기에는 실습수업을 거쳐야 하나, 석사를 졸업했거나 그에 준하는 상담 경력이 있는 지원자의 경우 박사 첫 학기부터 상담 투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센터가 대부분 박사과정생들로 운영되는 만큼 학과 입장에서는 상담 경력을 가진 지원자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실습/수련 경험이 많지 않거나, 언어 장벽이 있는 외국인 학생에게는 다소 불리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연구 실적이 많지 않으나 상담 경력과 영어실력이 강점인 지원자들이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듯 상담심리 박사과정의 입시는 정성적 부분에서 개인의 강점이나 역량에 따라 당락이 유의미하게 좌우되기 때문에 각자의 강점으로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


2-4. 추천서

미국은 추천서나 레퍼런스 체크가 매우 빈번한 만큼 추천서를 관심 있게 본다. 실제로, 합격하고 교수님과 처음 미팅을 했을 때, 추천서를 인상 깊게 봤다고 언질 주셨다. 3인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 만큼 추천인에 대해 고심을 해야 한다. 추천인을 선정할 때 개인적으로 고심했던 부분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지원하는 프로그램과의 핏, 두 번째는 추천인과의 관계였다.


1지망이었던 프로그램은 사회정의 옹호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지는 프로그램이었다(프로그램마다 홈페이지에 강조하는 가치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인권 관련 현장에서 심리 상담과 조사 업무를 수행했던 경험을 연결 지으면 좋을 것 같아서, 근무했던 기관의 센터장님께 추천서 부탁을 드렸다. 센터장이셨던 로스쿨 교수님께서 감사하게도 사회정의 키워드에 맞추어 꽤나 파워풀한 추천서를 써주셨다. 하버드 로스쿨/판사 출신이라는 이력도 미국 내에서는 신뢰할 만한 추천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 예상한다.


나머지 2인의 추천인은 상담심리에 정통한 분들께 부탁을 드렸다. 한 분은 상담심리 전공 교수님, 다른 한 분은 슈퍼바이저 선생님으로 구성을 하였다. 부탁드리는 마음이 꽤나 어려웠지만, 흔쾌히 도와주신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번의 지원 과정에서 연속 두 해를 도와주신 분도 계시고, 두 번 다 거절하신 분도 계셨고, 모종의 거래(?)를 제안하는 분 등등 섭외 과정이 글로 담을 수 없을 만큼 꽤나 지난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꺾여도 계속하는 마음이다. 거절당하면 다른 사람을 구하면 된다. 지원자들이여, 무너지지 말자!


사실 한국에서는 추천서가 그리 흔하지도 않을뿐더러, 더욱이 추천인 분들이 영어로 작성하고 지원하는 학교마다 일일이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평가와 작성을 해주어야 해서 부탁을 드리기 상당히 부담이 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함께 준비하던 스터디원들도 모든 입시 과정 중 교수님께 추천서 부탁드리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입을 모아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 과정을 경험하면서, 추후 행여라도 타인의 추천서를 써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최-대한 기꺼이, 관대하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하게 되었다.





위의 과정을 거쳐 서류를 데드라인에 맞춰 제출하고 나면, 얼마 지나지 않고 나서부터 하나둘씩 인터뷰 오퍼를 받게 된다. 그 기다림의 시간 동안, Gradcafe라는 입시 커뮤니티에 거의 상주하게 된다. 이 커뮤니티는 실시간 입시 결과를 공유하는 익명의 커뮤니티다. 인터뷰 오퍼를 받은 사람이 있는지, 이미 합격을 받은 사람이 있는지 계속해서 들락날락하게 된다. 세계 곳곳에서 초조한 지원자들이 이곳으로 몰린다.


사실 이때 정말 멘탈이 남아나질 않는다. 개인적으로 첫해 지원에 인터뷰 오퍼가 거의 안 오다시피 해서 매우 우울했던 경험이 있다. 함께 준비했던 스터디원들은 다들 인터뷰 오퍼를 여럿 받아서 이미 골라서 가고 있는 판국이라 더욱 비교가 되었던 것 같다. 두 번째 해 지원에는 다행히도 인터뷰 오퍼를 받았는데, 받으면 받은 대로 또 엄청나게 부담과 걱정이 되었다. 속편은 인터뷰 과정으로 준비해 볼 예정이다.


To be continued...!




(질문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남겨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영어 감정 표현 단어 공부하기(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