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햇 Sep 11. 2023

심리학도가 월요병에 대처하는 자세

일요일 밤마다 잠이오질 않습니다만,


일요일 밤이다.



다음 주 일정이 저세상 스케줄이다. 전운과 긴장이 묘하게 감도는 가운데 티칭 수업의 학부생들이 보낸 이메일에 알림이 끊임없이 울린다. 월요병을 이기려면 일요일 오후부터 일을 시작하라던데, 그런 느낌이랄까.


새로 오는 한 주에 대한 부담감으로 일요일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을 때가 많다. 하여 요새 시도하고 있는 셀프케어 루틴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별것 없지만 한 주를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친구들이다.


  몇 주 째 꾸준히 실천 중인 혈당관리에 좋은 B.T.C 식단(+계란)이다. 아침에 반쯤 감은 눈으로 후다닥 꺼내 먹을 수 있게 미리 브로콜리와 토마토를 세척해서 썰고 계란을 삶아둔다. 두 번째 사진은 바람떡처럼 나왔지만 한참 보글보글 삶아지고 있는 계란이다.


  주말이 다 가고 한 주를 맞이해야 하는 심란한 일요일 밤, 한 주에 먹을 재료들을 손질하고 있으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어딘가 준비가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B.T.C 식단을 시작하면서 본의 아니게 일요일 밤의 의식이 되어버렸는데 싫지가 않다. 몸과 정신 모두의 건강에 이롭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하게 된 아침 식단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삼성 헬스 앱에서 지원하는 마음 챙김 명상을 해보고 있다. 디자인도 예쁘고, 명상 스크립트도 엄청 좋아서 자주 애용하고 있다. 동종업계인지라 어느 랩에서 뼈빠지게 만든 것일까 조심스레 생각해 보았다.


  모쪼록, 방을 조금 어둡게 하고 지시문에 귀를 기울이면 따라가기가 쉽게 되어 있었다. 오늘은 명상을 하면서 목과 어깨 언저리가 매우 뻣뻣하고 숨 쉴 때 부대끼는 느낌을 받아서 긴장과 경직을 풀면서 호흡을 해보려 노력했다. 짧은 시간이었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아서, 앞으로도 자주 해보려고 한다.







 

  무탈한 한 주를 잘 지나왔다는 사실만큼 위로가 되는 것도 없다. 일요일 밤, 새로운 주를 열기 전 알차고 열심히 살아온 한 주를 돌아보며 스스로 토닥여본다. 지난 한 주도 다사다난한 주였다.


  지난주 가장 좋았던 순간은 바로 동기들과 학교 박물관 카페에서 공부하던 시간이었다. 예술대학 옆에 있는 전시 겸 박물관인데, 공간이 정말 아름답다. 만나서 소소한 이야기도 나누고, 각자 할 것도 하면서 주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다. 같이 사브작거리는 것을 좋아해서 마음이 따뜻하고 포근해진다. 새로운 주에도 생산적이면서도 즐거운 시간들을 많이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




   이번에는 혼자서 일하는 시간들이다. 순서대로 카페, 집, 도서관이다. 할 게 항상 너무 많아서 스트레스지만, 예쁜 카페, 바나나 푸딩 하나, 초코우유 한 잔 이런 것들로 스스로를 꾀어내어(?) 좋아하는 것을 먼저 주고 일을 시킨다. 스스로를 부려먹는 방식이다. 바나나 푸딩이 꽤 먹을만했다. 다음 주에도 고생하는 날 하나사줘야겠다. 스스로가 꾀어내기 쉬운 스타일이라 감사하는 대목이다.





  열심히 챙겨 먹는 끼니들. 외식하고 남아서 싸오는 것들도 알차게 챙겨와서 먹고, 틈틈이 건강한 재료들 다 때려 넣은 샐러드를 만들어서 먹기도 한다. 몸에도 좋으면서, 준비 시간도 최소로 걸려서 자주 해먹는다. 슬프게도 건강을 많이 챙기는데, 억울하게도 그닥 건강하지는 않은 스타일의 유형이다.





   동기 생일이라 자그마하니 예쁜 꽃다발 사가지고 학교에 갔다. 친구가 좋아해서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나머지는 금요일 밤 생일파티 사진이다. 파트너 동반 모임에 혼자 간 기념 혼자 온 다른 친구와 사진 한 장 남겨보았다. 인생은, 짝지가 있든 없든 모름지기 다 혼자 사는 것이다. 오래간만에 맛있는 버거도 먹고, 유쾌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늘 차를 타고 다니다가 날씨가 너무 좋은 어느 날, 처음으로 버스를 타 보았다. 운전할 때는 미처 못 보던 것들이 보였다. 대중교통을 사랑하던 뚜벅이었는데, 운전을 시작하고는 영 그 감성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특히 지하철보다도 버스를 참 좋아하던 사람이었는데, 그 사실을 꽤 오래 잊고 지냈구나 하는 것을 깨닫는 하루였다.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보면서 멍하니 가는 시간이 좋았다. 또, 스쿨버스가 참 예쁘게 생겨서 사진도 잊지 않고 한 장 남겨보았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단과대 건물에 가는 길, 날씨나 풍경이 예뻐서 늘 지나다니는 길인데 굳이 또 한 장 담아보았다. 차 타고 다니며 놓쳤던 것들을 다시금 눈에 꼭꼭 담아보았다.








  이렇게 돌아보니, 바쁜 사이사이 좋은 순간이 참 많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바쁜 주를 맞이하기 두려운 마음도 있지만, 새로 오는 한 주에도 이처럼 순간순간 좋은 시간들도 많을 것이라 믿고 걱정을 조금 내려둔 채 잠을 청해봐야겠다.



우리 모두 잘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박사과정 개강 2주차 생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