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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햇 Nov 07. 2023

어제보다 '조금' 나아진 오늘을 바라보며


     12주 차. 감격이다.



 비로소 끝이 보이는 터널을 달리는 느낌이다. 매일매일이 도전이고 긴장의 연속이지만 여기까지 잘 버텨온 것만으로도 감격이다. 아직 학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고생을 알아주고 싶었다. 힘든 만큼 성취감도 큰 과정인 것 같다. 요 몇 주간은 정말 블로그에 쓸 거리도 없이 공부와 일만 하고 살았던 것 같다. 하여, 오늘은 적나라하게  재미없고 힘든 일상 특집이다.


     10월의 가장 큰 고비였던 30분짜리 프레젠테이션이다. 20페이지 페이퍼를 쓰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를 하는 과제였다. 어찌나 긴장이 되고 쫄깃하던지, 이 프레젠테이션을 전과 후로 삶의 질이 달라질 정도였다. 잘 마치고 나니 너무나도 후련하고 뿌듯한 게, 점수나 결과와 상관없이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고맙게도 동기가 리뷰를 할 수 있도록 영상과 사진으로 남겨주었다. 여전히 가야 할 길은 멀지만 학기 초에 비해 나아진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어 의미 있던 시간이었다.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이 이런 것이구나 천천히 알아가는 중이다. 이제 10분-20분 정도 발표는 훨씬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왜 큰 고통과 기쁨은 늘 함께 오는지 너무 고되었지만, 값지게 힘든 경험이었다.




      동기 여섯 명이랑 발표 잘 마치고 다 같이 이상한 짓도 한 번 해봤다. 할로윈 맞이 유령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이런 것에 얼마나 적극적인지 모른다. 이날, 날씨도 너무 좋고, 햇살도 좋고, 하는 짓은 바보 같아서 깔깔 웃고 엄청 즐거웠다. 그날은 몰랐지, 이날이 10월 중 유일하게 박장대소하는 날이 될 줄은! 모쪼록 예술성 넘치는 동기들 덕분에 찬란한 가을날 이상하고 재밌는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박사과정 1년 차 한 장 요약. jpg


    위의 근사한 결과물이 나오기 전, 다들 이불보를 싸매고 얼마나 헤맸는지 모른다. 이 사진이 정말 인상 깊었는데, 허우적거리는 박사과정 1년 차를 고대로 담은 사진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의도된 자세가 아니라 진정으로 휘청거리고 허우적거리는 중임을 강조하는 바다.







     다시 공부, 공부, 일, 일, 일, 일. 단풍이 가장 예쁜 주말이었다. 주말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게 집에서 과제와 일만 했던 것 같다. 그냥....... 정신을 차려보니 며칠이 지나있었다. 아쉬운 대로 가을바람이라도 맞으려 창문을 있는 대로 열어젖히고 산들거리는 바람과 커피로 마음을 달래며 일만 했던 시간이다. 단풍 구경 한 번도 제대로 못 간 이번 가을이 못내 아쉽지만, 그 욕구 다 참아가며 할 거 잘한 스스로에게 크레딧을 주고 싶다.




       다시 또 학교!!! 이제 해가 빨리 져서 해 있을 때 집에 오는 날이 거의 없다. 슬프다. 이날은 그래도 아직 해가 조금 길 때였던 것 같다. 건물을 나왔는데 하늘이 너무 예뻐서 감탄하며 찍었다. 하루를 마치고 집 가는 길이 제일 행복하다. 반대로 학교에 딱 오는 아침 시간이 제일 싫다. 하루를 마치고 성취감에 젖어, 잔잔한 음악을 틀고 석양을 보며 운전하는 기분이 꽤나 좋았다. 겨울이 되니, 이제 어둠 속을 달릴 일 밖에 없을 듯해서 조금은 슬프다. 빠른 퇴근, 원합니다! (어림도 없다)








     이번엔 도서관이다. 동기들과 스터디한 날이다. 어째 장소만 집-학교-도서관으로 바뀔 뿐 오로지 공부하고 일하는 장면밖에 없다. 2층 제일 예쁜 창가에 앉아서 공부, 공부, 일, 일, 끝없는 굴레로......! 이번 달은 정말 동기 단체로 집단 번아웃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들 버겁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어떻게든 어떻게든 서로 부둥켜안고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일도 너무 많고 공부도 힘든데, 사람들이라도 좋아서 천만다행이다.


     퇴근 후 남편이랑 간단히 햄버거로 때우고, 크디큰 콜라를 남겨와서 또다시 공부와 일을 했다. 이번 포스팅은 정말 단조롭고 노잼인데, 어쩔 수가 없다. 그게 현실이었으니까.




     아침 수업-슈퍼비전-미팅의 연달은 일정 때문에 점심을 못 먹고, 학과에서 가끔 제공해 주는 간식으로 끼니를 때운 날이었다. 미팅 마치고 허겁지겁 와구와구 먹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런 일정들 때문에 미국에서 살아도 살이 하나도 안 쪘다. 12시와 1시에 슈퍼비전과 미팅 잡는 교수님들 덕분에 행복합니다.......





     또다시 장소만 카페로 바꾸어 동기들과 스터디. 책에 빨려 들어가 있는 동기가 귀여워서 한 장 남겨보았다. 보송보송한 니트도 귀엽다. 사진 한 장 남겨주고는 다시 폭풍 연구 잡무로 복귀. 랩의 학부생 인턴들이 한바탕 휘몰고 간 일들을 다 다시 했다.



      단풍 구경을 한 번도 못 갔지만 아쉬운 대로 캠퍼스 걸어 다니는 중간중간에라도 멈춰 서서 예쁜 학교 풍경을 있는 힘껏 눈에, 핸드폰에 가득가득 담아보았다. 힘든 삶과 관계없이 아름답기만 한 캠퍼스의 가을이다.





































      지난하고 힘들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과정에서 얻는 것들이 많아서 뿌듯하고 만족스럽기도 한 요즘이다. 천천히,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이 될 수 있게 또다시 힘듦 속으로 들어가 본다. 또, 요즘 입시철이라 질문도 많이 들어오는데, 지원할 때의 간절한 마음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정보가 제한적인 만큼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스포일러를 남기고 떠나자면, 그간 소홀했던 브런치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의 본분을 조만간 다하려 한다. Thanksgiving Holiday 주간만 보며 버티고 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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